"반 백년을 수절시켜 미안하오. 뱃속의 아기까지 잘 키웠구려…".26일 오후 서울 센트럴시티호텔. 6·25전쟁 때 월북한 배영우(72)씨가'망부석'처럼 자신만을 그리며 살아온 남쪽의 아내 김옥남(73·경북 봉화군 석평리)씨에게 눈물 젖은 목소리로 던진 첫 말이었다.
"당신을 잃어 버린 날이 50년 8월14일 입니다. 평생 그 날을 잊을 수 없어 수없이 되돌아 봤어요". 20대 새색시에서 70대 노인이 돼 한 많았던 세월을 털어 놓으며 울먹이는 아내의 모습에 배씨의 두 눈은 금세 눈물에 잠겨 버렸다.
지난 50년 당시 경북 봉화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달콤한 신혼 생활을 보내던 김씨는 "읍내 시장에 간다"고 떠난 남편의 뒷모습이 마지막이었다. 두살짜리 딸에다 뱃속에는 6개월 된 아이까지 자라고 있던 터라 이별의 고통은 더욱 심했다.
그후 김씨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사방 팔방으로 수소문한 남편의 소식을 알수 없어 51년을 애태워야 했고 농사와 온갖 허드렛 일로 생계를 이으며, 아들 동창씨를 유복자로 키워야 했다. 저승에서나 볼 줄 알았던 남편을 만난 자리. 남편은 의용군으로 입대한 후 그동안 북에서 산림청 직원으로 생활했으며 부인과 4남1녀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깨를 감쌌다가 두드리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남편. "남에 와서 보니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었구나"라며 쓴웃음을 짓는 남편을 물끄러미 쳐다 보던 김씨는 끝내 서러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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