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차 이산가족 상봉, 눈물의 첫날밤

서울과 평양에서 분단 반세기만에 꿈에 그리던 가족, 친지들과 만나 회한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첫 밤을 보낸 제3차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 200명은 27일에는 가족, 친지들과 개별상봉을 갖고 50년간 가슴에 묻어뒀던 정담을 나누었다.

이날 김경락 단장 등 북측 이산가족 100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숙소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가족 단위로 개별상봉을 하고 점심과 저녁을 함께 하고 창덕궁을 둘러봤다. 장정자 단장 등 남측 이산가족 100명도 오전 10시와 오후 1시30분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북한의 가족들과 두 차례의 감격적인 상봉을 갖고 평양교예극장에서 교예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이번 상봉에서는 북한에 거주하는 국군포로, 납북자 등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이래 두번째로 남측 혈육과 극적으로 만났다.

국군포로 출신으로 북한에 살고 있는 손원호(75), 김재덕(69)씨가 이날 평양을 방문한 동생 준호(67.경북 경주시), 재조(65.경남 남해군)씨를 각각 해후했다. 또 이번 교환방문에서는 지난 69년 12월 대한한공(KAL)기 납치사건으로 납북됐던 전 대한항공 여승무원 성경희(55)씨가 평양을 방문한 어머니 이후덕(77)씨를 만나 뼈저린 이산의 한을 풀었다.

이씨와 성씨 모녀상봉은 2차 교환때인 지난해 12월 1일 김삼례(74)씨가 87년에 납북된 동진호 선원인 아들 강희근(50)씨를 13년만에 만난데 이어 두번째 납북자 가족의 만남이 됐다. 또 김한전(70), 장형섭(78), 최인식(71), 최창환(70)씨 등 6.25 당시 포로로 잡혔다가 남한에 머문 '반공포로' 4명도 북녘의 혈육과 뜨겁게 포옹했다.

이로써 남북간에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온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광의의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돼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다. 또한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은 이날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평양방문단 환영 만찬에서 "조만간 (이산가족)면회소가 설치될 것"이라고 말해 오는 4월 4차 적십자회담의 면회소 설치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고려항공편으로 서울에 온 북측 방문단은 26일 오후 4시 상봉장인 서울 반포동의 센트럴시티 밀레니엄 홀에서 애타게 찾던 가족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평양을 방문한 남측 이산가족 100명도 숙소인 고려호텔에 여장을 푼뒤 오후 4시 30분부터 호텔내 상봉장에서 반세기전 헤어진 혈육들을 만났다.

단체상봉을 마친 이산가족들은 남측에서는 오후 6시30분 대한적십자사의 서영훈 총재가 주최하는 만찬 그리고 북측에서는 오후 7시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베푼 만찬에 참석한뒤 각각 숙소로 돌아와 고향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반백년만의 만남, 이모저모

이산가족들은 26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 홀에서 2시간여 동안 50년을 뛰어 넘는 만남을 가졌다.

0..지난 50년 서울 신당동에서 헤어진후 죽은줄 알았던 형님 하태근(69)씨를 재회한 하태순(59·대구 달서구)씨 가족은 두배의 기쁨을 누렸다. 하씨는 "국군포로로 잡힌 형님의 의용군 입대 동기들이 폭격으로 형님이 사망했다고 전했다"며 "51년동안 사찰에서 제를 지내고 굿도 벌였다"고 울먹였다.

0...아내를 남에 두고 월북했던 지역출신들이 51년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 왔지만 정작 아내들은 홧병으로 사망하거나 재혼으로 만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50년 수원기술학교에 재학중 월북했던 리정섭(74.경북 봉화군)씨는 아내가 생이별후 4년만에 사망한 사실을, 김교성(67.경북 의성군)씨는 아내 박모씨가 10년을 기다리다 결국 재혼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0...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정지용의 아들인 남쪽의 형 구관(73)씨와 북쪽의 구인(68)씨가 만났지만 정 시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구관씨는 "월북한 후 소식이 끊겼다"며 아버지의 소식을 물었지만 구인씨는 "남한의 소요산에서 폭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0...북한 공훈 예술가 정두명(67)씨는 6.25때 헤어진 어머니 김인순(89)씨를 만났지만 어머니가 지난일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등 치매증세를 보이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정씨는 북한 취주악의 대가로 94년 김일성 영결식때 연주된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편곡한 인물이다.

0...북측 이산가족들과 취재진들은 1.2차 단체상봉 때에 비해 차분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다. 북측 상봉자들은 최대한 눈물을 자제하는 등 감정 표현을 피했고 일부 인사는 남쪽 기자들에게 음료수와 담배를 권하며 북한의 정치.경제상황을 설명했다.

북측 취재진들도 분위기를 의식한 의도적인 말이나 눈물을 자제했고 남쪽 기자들에게 간간히 농담도 던졌다. 반면 북측 상봉자들은 신상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북측 한 상봉자는 "잘 나가던 북한 경제가 최근 어려워진 것은 각종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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