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감격적인 상봉을 한 남북 이산가족들은 1·2차 때와는 달리 족보, 사진첩, 편지 등 만남을 기념하고 영원히 혈육임을 상기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 받아 눈길을끌었다.
북한 집단체조의 거장 김수조(69)씨의 남한 조카 복겸(52)씨는 삼촌으로부터 지난 97년 생전에 부친 수희(작고)씨가 자신에게 쓴 편지를 선물로 받았다.
북으로 간 남편 전영수(79)씨를 기다리며 반세기동안 수절해 온 남쪽 부인 유정규(75)씨는 호주란에 여전히 '전영수'라고 적혀있는 호적등본을 남편에게 선물, 지난 세월 남편의 생존을 확신하며 살아왔고 자신이 재가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북의 형 김인홍(72)씨는 남쪽의 동생 인목(66)씨로부터 부모님 사진을 받아들고는 사진속의 부모님 얼굴을 어루만지며 연실 눈물을 훔쳤다.
또 김성윤(72)씨는 북에서 손녀들이 깨알같이 적어보낸 편지 3장을 꺼내 남측의 동생들에게 전달하고 그 자리에서 낭송하기도 했다.
고 정지용 시인의 큰 아들 구관씨는 북에서 온 동생 구인씨에게 시집과 수필집 두 권으로 된 '정지용 전집'과 정지용 시인이 친필로 쓴 한시를 새긴 티셔츠 서너장, 부모님 사진을 선물로 줬다.
○…50여년 만에 헤어진 가족·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북측 3차 이산가족 상봉단 단원 중에는 리종림(81) 과학원 수학연구소 연구사, 리상무(68) 자강도 인민위원회 처장 등도 포함됐다고 평양방송이 27일 밝혔다.
평양방송에 따르면 서울 출신인 리 연구사는 서울사범대학 수학교수로 있다가 6·25전쟁 중 행방불명됐다. 그가 북한 과학원 수학과학연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월북 전 경력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동생 종옥(75·여)씨를 만나 이산의 아픔을 달랜 그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공훈과학자' 칭호와 교수 학직도 받았다.
리 처장은 경북 예천군 출신으로 행방불명되기 전까지 동경자동차회사에서 근무했으며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기관에서 일해 왔다. 그는 서울에서 조카며느리 배증기(서울 성북구)씨를 만났다.
○…이산가족의 상당수는 상봉후 공통적 증후군으로 불면증을 앓는다.
26일 밤 51년만에 남측 가족들과 감격적으로 만난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상봉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북측 방문단 일행은 대부분 방안에 머무르면서 같은 투숙동료들과 남측 가족들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은 호텔측에서 마련한 문배주와 소주를 나눠마시며 상봉의 감격을 되새기느라 밤늦게까지 상당수 객실에서 불이 꺼지지 않았다.
또 이토록 반가운 혈육끼리 서로 헤어져 살아야하는 현실이 착잡한 탓인지, 훌쩍 지나간 세월의 공백을 달래려는 것인지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종종 목격됐다.
정부는 북측 일행이 머물고 있는 호텔 10~16층 객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에 통제요원을 배치,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한편 남측 이산가족들도 6시30분께 각자의 숙소로 뿔뿔이 흩어 졌으나 '50년만의 상봉'에 따른 감격과 흥분 속에 잠을 뒤척였다.
이산가족들은 27일 개별상봉에서 북측 방문단에 전해줄 족보, 금반지, 옷감 등 선물꾸러미를 정성스럽게 싸면서 친지들과 함께 북에서 온 혈육과의 옛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북의 형 정두명(67)씨를 만난 두환(62·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 오늘의 감격적 현장을 얘기해주느라 밤늦도록 집에 못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