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이없는 사무실 '환상과 오해

정보기술사회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 혁명적 사회변화에 대한 수많은 예견들이 쏟아져나왔다. 언론과 중개업자의 쇠퇴, 대학의 붕괴, 기업조직의 와해 등의 현상과 함께 이는 탈(脫) 거대화, 탈 집중화, 탈 집단화 등의 경향을 보인다는 전망 따위이다.

불안하면서도 새로운 장밋빛 세계가 펼쳐짐에 따라 적응에 대한 긴장감과 흥분으로 가득찬 예언적 말들은 지금에 이르러 경솔한 판단으로 귀착되고 있다.

전체적 전망의 총명한 논지는 여전히 유효하면서도 정보기술 자체에만 치중함에 따라 정보기술의 주변을 살피지 않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비트에서 인간으로'(존 실리 브라운.폴 두기드 지음, 이진우 옮김, 거름 펴냄, 352쪽, 1만2천원)는 바로 이러한 허점을 지적, 매우 적절한 시기에 나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요지는 정보기술의 출현이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현재의 지배적 사고를 거부하고 정보기술도 인간이 형성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 등 미래학자들이 제시한 전망을 반박하는 것이다. 가령, '종이 없는 사무실'의 도래라든지, '팩스의 사용은 부끄러운 짓'이라는 전망은 매우 서툰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종래의 서류가 줄어들고 이-메일의 사용이 빈번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종이와 팩스는 여전히 사람들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므로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6D 현상' 중 하나인 '탈거대화'도 마찬가지.

정보기술시대의 총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종업원 2만5천명으로 GM의 60만명에 비해 군살이 매우 적은 기업이었지만 다른 신생 벤처기업들에게 정상을 내주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거대기업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재택 근무 역시 당초의 예상에서 빗나가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맞춰 재택근무를 시도한 기업들이나 자리의 소유 개념을 없애는 등의 형태로 사무실 구조를 변경한 기업들은 사원들을 다시 회사에 나오게 하거나 전통적 사무실의 형태로 복귀하고 있다. 인간의 의식이 변화에 대한 불편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로 격찬받았던 이 책은 실제의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들의 통찰력을 흥미롭게 증명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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