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게시판 글쓰기와 채팅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그런데 이 글들을 보고 있자니 이미 나는 대화 상대에 낄 자격이 없어 보인다. 일단 그 내부에서 통용되는 온갖 기호들을 모르겠고 문장을 끝내는 종결부분이 전부 표준말과는 현격히 다르다. 더구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완전히 특수문자를 이용하거나 '짱', '와' 같이 한 단어로 끝내버린다.
언어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구한말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공문서와 교과서는 조선의 국한문 혼용체 대신 일본식 국한문 혼용체를 강제로 쓰게 되었다. 예컨대 일색(一色)이라는 우리 식 한문표현대신 미인(美人)이라는 일본 단어를 쓰게된다. 백성들이 쓰던 풍부한 생활어들과, 선비들의 사상체계를 감당하며 조선에서 특화되어 있던 우리식 한문들을 결합하려던 구한말 선조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어 잘하면 미국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듯 일본어 체계에 익숙하다는 것은 사고방식도, 욕하며 닮아 가는 결과에 이른다. 일제시대에 '네(일본) 칼로 너를 치리라'는 생각으로 일본에 유학하다 결국 그 칼의 포로가 된 일부 일본 유학생들의 결말은 이런 언어 사용에 조금은 관계될 터이고 일본제국주의가 정치적으로 일본어 사용을 강제한 사실 역시 이 점을 간파한 때문이다.
물론 이런 언어를 순화하지 못한 책임이 기성세대에게도 있으니 요즈음의 신세대들이 따져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언어는 생각이자 사고방식이다. 생각이 언어로 표현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 언어의 적절한 쓰임새가 사려 깊은 한국인의 사고를 만들어낸다. 국제화 시대라 하여 영어 교육 열풍 시대이지만 오히려 모국어 교육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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