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적 반전.반독재운동 '68혁명'생생한 기록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든 도시의 거리로 뛰쳐 나온 1968년. 군부정권을 몰락시킨 파키스탄의 학생들, 징병 소집장을 태운 미국과 유럽의 청년들, 바리케이드에서 해방감을 느꼈던 파리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 맞서 승리한 베트남과 소련의 탱크에 짓밟힌 프라하의 봄이 있었던 해. 서구의 자유세계와 동구 사회주의, 제국주의의 침탈을 받고 있던 베트남으로 상징되는 제3세계 모두 무언가 변해야 했고 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아예 새로운 급진주의 운동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이상주라는 시대의 정신을 발견했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바로 자신이 베트남전의 공모자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의 작가 타리크 알리, 수잔 왓킨스가 함께 쓴 '1968-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안찬수 외 옮김, 삼인 펴냄)은 1968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설명하고 보고함으로써 '68혁명'이라 불렸던 그 시대를 회고하고 새롭게 자리매김한 책이다. 1998년에 출판된 '1968:Marching in the street'를 우리말로 옮겼다. 1월부터 12월까지 달력의 형식을 빌어 성과 마약, 로큰롤에 가려져 있는 그 시기의 정치학을 밝히고 1968년 한 해에 일어났던 갖가지 사건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과 파키스탄, 멕시코,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

이 책은 이제까지 '선진국형 학생운동'이라고 알려진 당시의 사건들을 '전세계적인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적.사회적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체제와 어떤 비판도 달가워하지 않는 정치질서, 제3세계를 잔인하게 '강간'하는 제국주의, 그리고 어떤 약속도 이행하지 않는 체제에 맞서 전세계에 걸친 정치적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이 저자들의 1968년에 대한 해석이다. 당시 사건들의 선봉에 섰던 청년들에게 1968년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시도였으며 정치와 문화, 개인간의 관계에서 새로운 출발점이었고, 정치적.사회적.성적 금기 등 모든 금기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1968년의 반향이 이후의 역사에 남긴 흔적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들의 평가다.

전후의 풍요 속에서 성장한 1968년의 서구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대공황과 세계 대전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달랐던 그들은 낙관적인 정서에 기반한 이상주의와 행동주의를 몸에 지니고 있었으며 탁상공론하는 지식인이 아니라 자기 세대의 목소리, 양심, 자극제가 되기를 원했다. 당시 청년들은 정치적 급진주의를 인간 조건을 변화시키려고 투쟁을 벌였으며 1968년 갖가지 사건들이 전세계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들은 1968년의 거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우리를 당시의 사건들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풍부하게 제시한 당시의 사진과 문건, 그리고 당사자들의 증언도 우리를 1968년 사건의 한가운데로 안내하며 그곳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해방시키도록 돕는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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