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체의 신비 '면역'이야기 알레르기

항상 콧물을 달고 다니는 아이, 발작적인 기침으로 부모의 속을 태우는 아이. 가려움증으로 잠을 못 자 보채는 아이… 우리 애는 왜 이리 허약할까? 면역력이 약해서일까?

면역력을 키워 주고 몸을 튼튼하게 해 준다는 영양제라도 사 먹여 볼까, 부모들은 고민한다.

0..면역이 강해서 생기는 병

면역계는 밖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에 대항해 우리 몸을 보호한다. 면역반응이 약하면 쉽게 병에 걸린다. 그러나 면역반응은 강하다고만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물질(항원)에 대한 강한 면역반응이 오히려 해로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이것을 과민 면역반응, 또는 알레르기라 부른다.

알레르기는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이 오히려 너무 과민해서 생기는 병인 것이다. 어류, 육류, 초콜릿, 땅콩, 버섯, 집먼지 진드기, 곤충 배설물, 항생제 같은 의약품… 이런 것들이 흔히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계가 심지어 해롭잖은 것들에 대해서까지 과민 반응하는 이유는 뭣일까?

현대의학도 아직까지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실수로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체로 착각하는게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0..알레르기는 어떻게 해서 일어날까?

알레르겐이 특이 체질의 사람을 자극하면, 면역계는 알레르겐의 침입에 대항해 '면역 글로불린E'라는 특수 항체를 생산한다. 이 항체는 비만세포 안에 있는 히스타민이란 화학물질과 결합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비만세포의 벽이 파괴되고 히스타민이 쏟아져 나오면 천식·비염·두드러기 등이 생긴다. 예컨데 코가 충혈되고 계속 콧물이 나는 것은, 면역 시스템이 알레르겐의 몸 속 침투를 막고자 하는 과정이다. 이것을 조기반응이라 한다.

이 과정이 더 진행되면 호산구·중성구·다핵구 같은 염증 세포들이 코·기관지 등으로 이동하면서 그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 코에 염증이 생기면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면 천식이 되는 것이다.

0..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비염, 결막염 등 알레르기 질환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접촉하게 되는 항원이 달라지고, 면역학적 기능도 연령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보통 알레르기성 체질을 가진 아이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태열'이라고 하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다. 생후 1~2개월 때부터 양 볼에 습진이 나타나고, 가렵우면서 잘 트는 피부를 갖게 된다.

이 시기를 지나면 토하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음식물 관련 위 장관 알레르기가 나타난다. 그러다 생후 6개월~1년 쯤되면 자주 기침을 하고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며, 1~3살 쯤에는 갑자기 기침을 발작적으로 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천식이 찾아온다.

10살 전후부터는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를 자주하면서 코가 막히는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눈이 가렵고 자주 충혈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 증상을 동반한다.

이런 질환들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순서대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군대에서 대열 지어 차례로 행진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알레르기 행진'이라 부른다물론 모든 환자가 이 경과를 밟는 것은 아니다.

0..알레르기는 현대병?

알레르기는 선진국형 병이다. 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알레르기 질환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유 보다는 인공 영양이 더 많아지고, 가공 식품 섭취량이 많아지기 때문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침대를 사용하고 카펫을 깔며, 커튼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됨에 따라, 집먼지 진드기 같은 항원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게다가 대기오염까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위생환경 향상으로 병원체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짐으로써, 면역계가 병원체와 알레르겐을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현대적 원인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0..모유는 알레르기 예방약

신생아의 장 점막은 발달이 제대로 안된 상태여서, 거대 분자 단백질을 그냥 통과시켜 버린다. 이 단백질은 몸 속에 들어가면 항원이 돼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이 거대 단백질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은 '면역 글로불린A'라는 것이 생기는 생후 6주~3개월 쯤 돼야 형성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 모유 대신 인공 영양을 먹이면 거대분자 단백질이 방어 없이 몸 안으로 흡입돼 알레르기 위험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모유를 먹이면 그럴 위험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유에 있는 면역 글로불린A가 거대 분자 단백질에 대한 방어 역할까지 해 주게 된다.

특히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엄마가 임신 중에서부터 출산 후 모유를 먹일 때까지 우유·계란 같은 항원성 높은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김명성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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