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물러 숙변이 되면 온갖 유해 물질이 생기고, 그 독성 물질이 체내에 흡수돼 갖가지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숙변이 해롭다는 이론은 양의학에도 없고 한의학에도 없다.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은 숙변이 몸에 해롭다고 믿는 것일까?
미 워싱턴 의대 제임스 호톤 교수(의학사)는 작년 12월23일자 영국 의사회지(www.bmj.com)에서 변비의 역사를 추적, 장사꾼들이 잘못된 생각을 상업적으로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1920년대까지는 의학계에서도 병의 90%는 변비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것이 장에서 생기는 독소 때문에 병이 생긴다는 '자가 중독'(autointoxication) 이론이었다. 배출되지 않은 대변은 부패해 나쁜 물질을 만들며, 그것이 몸 안으로 흡수돼 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모든 환자들에게 먼저 변비가 있는가 물어 본 뒤, 그렇다고 하면 변비를 병의 근원으로 간주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변비 때문에 생명이 단축된다는 생각까지 만연했다. 1850년대 미국의 대표적 의학 교과서는 "매일 장을 비우는 것은 건강 유지에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몸의 시스템은 흐트러지고 부패하게 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1910년대부터 의사들은 자가중독 이론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1920년대에는 그것이 허구임을 입증했다.
결론적으로 호톤 교수는, "그럼에도 여전히 변비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기능성 식품, 약, 의료기구 등이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자본은 대중의 잘못된 믿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종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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