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때의 일. 태평양 전쟁의 갈림길이 됐다는 과달카날 섬 전장에서 미군 스파이가 일본군 병사 규모를 알기 위해 화장실의 대변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병력이 5천명 이상 된다고 보고했고, 그에따라 미군도 5천명 이상이 상륙 작전에 투입됐다.
그러나 막상 드러난 일본군 규모는 불과 500여명. 미군이 대승했다. 어떻게 됐길래 스파이는 일본군의 수를 잘못 계산했을까? 육식 위주의 미국인 대변량을 기준으로 채식하는 일본군 수를 측정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한번 배변 기준 속단은 위험?
비정상적으로 장관에 대변이 오래 잔류하는 상태를 변비라 한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배변 습관과 변비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배변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인 경우, 하루 배변량이 35mg 이하인 경우,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있는 경우 등을 일반적으로 변비라 한다. 따라서 하루 한번 변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변비로 속단할 수는 없다. 며칠만에 변을 봐도 배변이 힘들지 않으면 정상이고, 배변할 때마다 힘이 들면 변비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변비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피부가 나빠지거나 두통·불면증이 생기거나 성기능이 떨어지면 변비가 원인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변비 때문에 복부 불쾌감은 다소 있지만, 변비가 심하다고 해서 병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변비로 대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물면 숙변이 돼 온갖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주위의 말에 따라 자주 장 세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잦은 장 세척은 변비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전해질 이상 등 부작용까지 부를 수 있다.
변비약을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키고, 매일 먹으면 습관성이 되기 쉽다. 그렇게 하다가는 배변 반사를 억제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날이 갈수록 약의 양을 늘려야만 변을 볼 수 있게 된다.
알로에 같은 자극성 하제도 대장 점막에 색소 침착을 가져오고 장관 신경세포에 손상을 가해 변비를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하제의 선택이나 용량 및 투약기간 결정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의와 꼭 상담해야 한다.
관장은 변비가 오래 돼 변이 돌처럼 굳어졌거나 하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이 옳다. 변을 잘 보는데도 숙변을 없앤다고 관장을 하거나 하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런 변비는 조심을
변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알루미늄이나 칼슘이 든 제산제, 항우울제, 향정신성 약품 등이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변비가 흔하다. 치열이나 치핵 등으로 항문에 통증이 있으면 그 괄약근 경련으로 변비가 올 수도 있다. 장관에 종양이 있어 대장의 내강을 막아도 변비가 생긴다. 장 협착, 염증성 장 질환, 이물질, 항문 협착 등도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따라서 만성적인 변비 환자는 병원에 가 원인부터 밝혀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중년 이후 갑자기 변비가 생긴 경우라면 그 원인을 찾는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김성국교수(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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