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주에서 또하나의 인종간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경찰 확인 피살자 303명에 최소 1천명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될 정도. 공격자는 '다약'족이고, 피해자는 '마두라'족이다.
◇산악 자연인 다약족=이 종족은 칼라만탄 원주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50년대 전까지만 해도 신석기 시대 수준의 생활을 했다. 광활한 정글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주변 지역을 10년 단위로 옮겨 다니며 화전을 경작하는 공동체 생활을 해 온 것.
고목.바위.개울 등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외부 침략을 받으면 칼.활.창.독침 등 원시적 무기로 끈질지게 저항, 적군의 머리를 잘라 마을에 매다는 풍습도 있었다. 이 참수 관습은 1930년대 이후 기독교 선교로 사라졌다.
◇다약족의 분노=이들이 전혀 달라진 상황에 처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정부는 인구가 밀집된 자바 지역 주민들을 분산시키기 위한 대규모 이주정책을 실시, 다약족 지역으로 마두라족을 이주시켰다.
그러나 마두라족은 다약족이 종족 보호 혼령이 사는 곳으로 생각해 온 열대우림을 벌목해 도로와 공항을 건설하고 고층 건물을 지었다. 특히 수하르토 정권은 '신석기로부터의 개화'를 내걸고 근대적인 소유권 개념을 도입, 다약족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빼앗았다. 그 뒤 다약족은 새로 건설된 도시의 변두리로 내쫓겼다.
이것이 외지인에 대한 적대의식 고조 계기. 더우기 마두라족은 열대우림 벌목, 석유.금.다이아몬드 개발 등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반면, 자신들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파괴되고 공무원 진출 기회가 거의 박탈돼 경제적 격차가 극심하자 분노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종교가 다른 것도 갈등의 원인이 됐다. 마두라족은 이슬람 교도이다.
◇살륙극 시작=그러나 수하르토 통치 시절엔 군대와 경찰이 물리력으로 억제,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와히드 대통령이 집권한 1999년부터는 분노를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마두라족의 도심 상가와 고급 주택가를 수시로 공격하고 사람을 살해했다. 그러나 공권력은 속수무책.
지난 18일부터는 머리가 잘려 나간 마두라족 시신들이 무더기로 목격되면서, 다약족이 참수 관습을 70년만에 부활시킨 것 아니냐는 인상도 주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마두라족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살해하고, 마두라족 주민들에게 26일까지 주도 팔랑카라야를 떠나도록 요구했다.
이때문에 지금까지는 킬리만탄 주 중심부인 삼핏을 중심으로 악화됐던 사태가 거기서 220km나 떨어진 주도로까지 확산되면서 27일 이후엔 대규모 살륙극이 우려되고 있다. 다약족 지도부는 26일 밤 "칼리만탄 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공식 선언했으며, 대학교수 출신으로 알려진 지도자 모하마드 유솝은 "이제 마두라족이 완전히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반면 와히드 대통령은 26일 특수부대 파견과 진압을 명령, 앞으로의 사태 진전이 주목된다.
다약족은 동족 중 한명이라도 공격받으면 종족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소유한 모든 재산 조차 철저히 파괴하는 방법으로 보복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현장=해군 함정 편으로 많은 마두라족이 이미 동 자바섬 수라바야로 피난했다. 이 항구에 도착한 피난민 중 상당수는 온몸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일부는 심각한 굶주림 상태에 놓여 있었다. 7살 난 한 소년은 양손의 손가락이 폭도들에 의해 절단됐고, 한 청년은 팔.머리에 25㎝ 이상 칼로 베인 상해를 입고 신음했다.
지금까지 8천여명이 이곳으로 피난하는데 성공했으며, 정부와 구호단체가 수송기로 14t 분량의 의약품.식품.담요를 공수됐으나, 여전히 수천명의 주민들이 기아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또다른 5천여명은 학살을 피해 보르네오 정글로 도망했다가 고립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그 중 몇천명은 섬을 탈출하기 위해 정글에서 빠져나가 항구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다약족은 주변 도로를 봉쇄한 뒤 통행자를 검색하고 있다.
칼리만탄 주에는 아직까지 마두라족 2만5천여명이 경찰서와 관공서 인근 캠프와 정글에서 공포에 떨고 있다.
다약족은 빈 집과 상점에서 물건을 약탈하고 있으며, 이들의 방화로 시내 거리는검은 연기에 뒤덮였다. 한 의사는 "불 탄 거리에는 목 잘린 시신들이 널려 있고 학살을 피해 강물로 뛰어든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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