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뉴리더(12)-국순당 배상면 회장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길이 나온다" 국순당 배상면 회장은 평생을 전통주와 누룩빚기 외길을 달려온 장인(匠人)이다. 우리 전통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백세주'돌풍이 그의 집념 50년의 결실.

국순당은 지난 94년 국내 약주시장에 처음으로 한약재를 첨가한 백세주를 선보이면서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68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93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백세주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선조들의 전통발효기법인 '생쌀발효법'을 과학적으로 복원해 빚은 술. 배 회장은 외국인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우리 전통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문헌에 나오는 '백하주(白霞酒)'를 재현해보기로 했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나오더군요. 문헌에 따르면 불린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누룩을 첨가하여 만드는 것으로 돼있는데 생쌀로 술을 빚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어요.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그는 곧바로 실험에 들어갔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큰 아들 배중호 사장이 "그만두라"고 사정했으나 "내가 언제 도중에 그만 두는 것 봤느냐"며 끝까지 밀고나갔다. 백세주는 그런 산고를 겪고서 탄생했다.

배 회장은 이제 국순당 경영에서 물러나 본업인 전통술 연구와 후계자 양성을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7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해보였다. 10가지 한약재를 넣은 백세주를 상복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는 우리나라의 술제조문화에 대해 호되게 비판했다. 정보화의 물결 아래 숱한 정보처리자격증이 난무하는 데도 술제조에 대해서는 그 흔한 국가면허 하나 없다는 것이다. 후계자를 양성하려고 해도 국가면허가 없어선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창피하다며 오지를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외국술을 수입해 파는데만 혈안이지 우리 술을 개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술제조법은 50년전 일본소주 만드는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술제조에 가장 중요한 발효기술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의 소주기술이라도 우리 것으로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일본에서 출간된 '증류식 소주' 번역작업. 일제시대때 조선주조협회가 일본어로 펴냈던 '조선주조사(朝鮮酒造史)'를 편역, 출간한 것도 그의 역작이다. 조선주조사에는 1천년을 이어온 우리 전통술의 역사가 담겨 있다.

배 회장은 국순당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4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가장 좋은 원료를 써야 하고 가공단계에서 의심이 가는 첨가물은 사용하지말아야 한다. 제품이 갖고 있는 가치이상을 받으면 안된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도둑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금을 빼먹을 생각은 절대 하지말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국순당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배상면주가'를 통해서도 우리 술을 내놓고 있다. 이름을 내걸 만큼 자신있다는 뜻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국순당은=93년 국순당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국내주류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94년 국내약주시장에 처음으로 한약재를 첨가한 백세주를 출시했고 같은 해 국내 최초로 살균 캔막걸리 '바이오탁'을 내놓는 등 전통주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백세주는 97년 30억원대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98년 154억원, 99년 42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우리 전통주의 대표주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배상면(裵商冕)회장 이력

-24년 대구 출생

-50년 대구농전 농예화학과 졸업

-52~63년 동촌 기린양조장 경영

-63~65년 포항 대송양조장 경영

-69년 한국미생물공업연구소

-82년 생쌀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특허 취득

-93년 국순당으로 상호변경

-88년~ 국순당 배상면주가 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