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휴일을 맞아 평소 가고 싶었던 경주 사천왕사지를 답사하기 위해 경주에 갔다. 기차를 타고 동남 해안의 환상적인 절경을 감상하며 산뜻해진 기분으로 경주역에 내렸다. 하지만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사천왕사지를 찾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이번 답사에서 안 사실이지만 경주의 도로변 관광 표지판 어디에도 폐사지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사천왕사지가 접해있는 7번 국도변 역시, 이곳이 절터임을 짐작하게 하는 당간 지주 한 쌍이 길가에 초라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그 옆에는 사천왕사 주초석 한개가 도로변까지 밀려나와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고 있었다.
사천왕사지 후면을 관통하고 있는 철로를 건너 선덕여왕 능으로 오르는 길목 논둑에는 놀랍게도 사천왕사지에서 사라진 주초석 2개가 논둑의 경계석으로 옮겨져 있었다. 당나라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던 민족 자주정신의 상징이었던 역사의 현장인 사천왕사지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며 더 이상 할말을 잊어버렸다. 또 남산 기슭을 오르는데 난데없이 '선덕왕능'이라고 표시된 안내판 하나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어줍잖은 표지판 하나지만 세계적 역사 유적 도시 경주의 유적지 안내판이 이렇게 성의없이 세워져서야 말이 되겠는가.
경주의 대로변마다 20세기의 건물 '화랑의 집'과 '통일전'의 안내판은 대문짝 만하게 세워놓고는 정작 그 건물들을 세우기 위해 수만 평의 산을 깎아버린 그곳이 바로 신라 천년의 혼이 살아 숨쉬는 서라벌의 진산 남산임을 밝히고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찾아내고 새로운 역사이론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문화유산을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보존하고 관리하여 후손들에게 계승시키는 일일 것이다.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민족의 역사를 논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유실의 위기에 처한 사천왕사 주초석 하나라도 제위치에 바로 놓는 것이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의 첫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용무(부산시 반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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