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朝日)신문 서울특파원이 한국에서 겪었던 일.며칠전 그는 일본에서 온 친구를 공항서 만나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데 잘가던 차가 교차로 푸른 신호등 앞에서 도무지 갈 생각을 안하더라는 것. 두려운 마음으로 백밀러를 통해 기사를 보니까 나쁜 예감이 적중.
"보소. 여기는 한국이다. 당신들 얘기하려면 한국어로 해라. 일어로 나불대지마라"며 면박을 주더라는 것이다. 그는 5년전에도 한국에서 근무했었는데 그때도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로 반일감정이 높았던 시기였었다. '돈은 필요없으니까 좀 내려라'며 화를 내는 기사도 있었다고 한다.
다시 불거지는 일본의 역사왜곡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등으로 양국관계는 크게 개선돼 기사들의 일본인에 대한 태도도 친절해졌는데 최근 또 다시 승차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그는 밝혔다.
일본의 보수우익들이 앞장선 '새 역사교과서 만드는 모임'이 제출한 2002년도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다음달 일본 문부성 검정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무르익어온 한.일 우호 분위기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약 247만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20만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있을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한.일 양국 정부는 2002년을 '한.일국민 교류의 해'로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밖에도 무역의 확대 균형, 대한투자확대, 자유무역협정 등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 협의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문제에 있어서 일본정부의 유보적인 태도는 책임 회피라는 상투적인 수법으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한.일 우호분위기에 찬물
택시기사에게 면박을 당했던 그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의 눈에 비친 일장기 얘기.한일혼성 인기그룹 'Y2K'의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부산에 갔는데 거의 모든 팬들이 공연이 끝났는데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가수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를 뜨지 않았는데 더욱 놀란 것은 얼굴에 붉은 일장기를 그린 한국인 소녀도 있었고 객석 뒷편에는 일장기도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몇년전까지 한국에서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었는데 중년이상의 사람들만 취재해서는 몰랐던 현실이 그곳에서는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장기과 관련된 또 다른 기억을 되살렸다. 언젠가 3월1일. 서울 중심지 번화가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항의 시위를 취재했단다. 매주 수요일마다 계속된 항의집회가 그날은 마침 3.1절과 겹쳐 400회가 되는 날이어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것.
정부 강력한 대응 바람직
'일본정부는 사죄하라'. 할머니들의 절규와 함께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조금씩 자리를 뜨자 시멘트 바닥 여기저기에 많은 사람들의 발에 밟혀 시커멓게 찌들은 일장기들이 보였다는 것. 일부러 일장기를 밟고 지나가는 젊은이도 볼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인 여학생 이마에 그려진 일장기와 흙발에 짓밟힌 일장기를 보며 양쪽 모두가 한국과 일본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다고 느낌을 전했다. 이제 내일이면 또 3.1절이다. 황국사관으로 회귀하는 것 같은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를 보며 그 서울특파원은 이번에도 짓밟히는 자기나라의 국기를 보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박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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