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창에서 헐티재를 넘어 용천사 부근서 비슬산 자락으로 접어들면 한 자연농원 인근에서부터 시작하는 임도를 만난다. 이 임도는 수십년생 이상 우거진 소나무와 참나무를 뭉텅 잘라내고 산을 깎아 만들었다. 산은 곳곳이 수직으로 파헤쳐져 비슬산 허리가 흉물스럽게 잘려나갔다. 공사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않아 토사가 인근 계곡까지 흘러내렸다.
이런 모습의 폭 3m 임도는 비슬산 6부 능선까지 4km쯤 뻗어 있다. 임도 끝지점에서 비슬산 정상인 대견사지 인근 칼바위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2km 남짓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대구의 허파 구실을 하는 비슬산이 무차별적인 임도 개설로 마구 잘려나가 신음하고 있다.
특히 산불방지를 목적으로 낸 임도가 주변에 식당 카페 전원주택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진입로로 둔갑하기 일쑤여서 당국의 임도 개설이 토지소유주들의 난개발의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비판이다.
비슬산을 끼고 있는 지자체에서 개설했거나 개설중인 임도는 용천사 뒤편의 임도를 비롯 가창면 정대리-옥포면 용연사간 임도(4km), 유가면 자연휴양림-대견사지 임도(5.6km) 등이다.
달성군은 가창면 정대리-옥포면 용연사간 비슬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내기 위해 우선 이 구간에 임도를 개설키로 하고 올 예산에 4억원을 책정했다. 임도 출발지인 정대리는 지난해 이미 ㅎ나무농장 주인 조모(48)씨와 구모(61)씨가 비슬산 계곡을 따라 불법으로 200-400m의 농로와 임도를 개설하고 농지를 무단훼손해 말썽을 빚었던 적이 있어 달성군의 도로와 임도건설 계획 사전 누출 의혹이 주민들 사이에 일고 있다.
용천사 뒤 자연농원에서 시작하는 임도를 따라 300여m 올라가면 1천500여평에 달하는 의문의 부지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며, 전기공급을 위해 전봇대가 설치돼 있다.
또 자연농원에서 불과 1km 떨어진 속칭 애골에도 산 자락을 포그레인으로 파헤쳐 길을 내면서 소나무 수백그루가 잘려 나가 산 중턱까지 임야 3km가 훼손된 상태다. 이곳은 청도군이 임도 개설을 하는 곳도 아니고 개인에게 도로 개설 허가를 내준 적도 없다고 밝히고 있어 누군가가 멋대로 산을 훼손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바로 인근에도 농장 이름을 표기한 돌비석이 서 있는 3천여평 부지가 정지작업을 끝낸 상태. 평탄작업을 한 일부 자리는 나무를 심어 농지 흔적을 만들었으나 이곳에서 만난 주민은 『토지 소유주가 대구에 살고 있으며 조만간에 전원주택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자연생태회 정제영 총무는 『비슬산 자락인 청도군 각북면 남산리 일대가 집중적으로 산 훼손이 이뤄지고 있다. 구실은 임도나 진입로 개설이지만 얼마안가 그 주변에 전원주택, 카페, 식당이 결국 들어서게 된다』며 "임도개설이후 저질러지는 개인의 불법훼손해위에 대한 감시가 전혀 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도군 관계자는 『비슬산 6부능선까지 임도를 개설한 것은 산불대비 목적이다. 남산리 다른 곳은 임도개설 허가를 해 준 사실이 없어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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