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 제시문 (가)와 (나)에 근거하여, '인간과 동물의 지적 능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의 두 가지 논점들을 중심으로 논술하라. 첫째, 인간과 동물의 지적 능력의 차이는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것인가? 둘째, 개인과 개인의 지적.정서적 능력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가?
(가)본능(instinct)은 반사작용과 같이 선천적이며 특정한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고정된 행동 양식으로 동물이 환경에 적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사 작용은 단순한 반면 본능적 행동은 정교하며 순서가 있는 일련의 동작들로 구성되는 복잡성을 지닌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이 본능적 행동의 좋은 예이다. 거미는 자기들이 만든 거미줄의 형태를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마다 독특한 형태의 거미줄을 정교하게 만든다. 본능적 행동은 마치 생체 조직이나 기관의 구조처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본능적 행동은 곤충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나아가 인간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학습은 경험으로부터 얻어지는 정보를 처리하고 습득하여,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발전시키는 현상이다. 따라서 학습은 인간과 동물이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 본능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이와 구별되는 원시적인 학습 형태로서 각인(刻印, imprinting)이 있다. 갓 부화된 새끼거위는 적당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적당한 크기의 물체를 접하게 되면, 그 물체를 따라다니기 시작하는 행동, 즉 각인된 행동을 보인다. 각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극에 노출되는 시기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한다. 예컨대, 거위의 경우 결정적 시기는 부화된 후 대략 하루 정도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각인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한 감각 자극이 아닌 복잡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는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사람의 경우 언어적.음악적.수학적 능력은 사춘기 이전에 잘 발달한다. 사회적 행위 능력과 정서의 발달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 1960년대에 수행된 생후 6개월 된 원숭이를 6개월간 격리시켜 키운 실험의 결과, 그 원숭이는 신체적으로는 건강했지만 우리 구석에 웅크려 앉아 있는 등 자폐 증상과 유사한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 정상적인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놀거나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학습의 또 한 형태로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이 있는데, 이는 서로 상관이 없던 두 개의 자극이 연합되는 현상으로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파블로프가 처음 연구하였다. 개에게 음식을 보여주었더니 사람도 그렇듯이 침을 흘렸다. 그는 매번 음식을 주기 바로 직전에 종을 울렸다. 이런 뒤에는, 음식 없이 종소리만 들려주어도 개는 침을 흘리게 되었다. 서로 관련이 없던 종소리 자극과 음식 자극이 연합되어, 종소리는 음식을 예고하는 자극으로 학습된 것이다. 종을 울리고도 음식을 주지 않는 경우가 되풀이되자 개는 더 이상 침을 흘리지 않았다. 종소리와 음식 자극간의 연합이 제거된 것이다. 파블로프는 이를 소멸이라 불렀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는 결정적 시기에 이루어진 특정한 학습이 신경계의 특정한 영역을 발달시켜, 신경계에 새로운 기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성장 후에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학습도 반복적이거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때 학습된 정보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나)인간과 동물은 두 가지 주요한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한다. 하나는 생물학적인 진화이며, 다른 하나는 학습이다. 고등 생명체의 경우, 생물학적인 진화는 수천 년 이상 걸리는 매우 느린 현상인 반면, 학습은 짧은 생애 안에서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 과정인 학습과 획득된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은 적절히 진화된 대부분의 동물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신경계가 복잡할수록 학습 능력은 뛰어나며, 인간은 가장 복잡한 신경계와 우수한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의 이러한 능력 때문에 문화적 진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서 문화적 진화라 함은 세대와 세대를 거쳐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과 지식이 발전적으로 전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는 세계와 문명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학습을 통해 습득한다. 인간 사회의 변화는 생물학적 진화보다는 거의 전적으로 문화적 진화에 의한 것이다. 화석 기록으로 볼 때 수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이래로 뇌의 용적과 구조는 결정적이라 할 만큼 변화하지는 않았다. 고대로부터 모든 인류의 업적은 문화적 진화의 소산인 것이다. 학습은 인간의 본성에 관한 철학의 쟁점과도 관련되어 있다. 17세기 말에 이르러 영국과 유럽 대륙에서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제기되었다. 하나는 로크, 버클리, 흄과 같은 경험론자들의 견해로서, 선험적 지식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모든 지식은 감각적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등의 합리론자와 칸트의 견해로서, 정신은 본래 특정한 유형의 지식이나 선험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감각 경험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인식의 틀이 된다는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