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배아 복제, 축복일까 재앙일까

수년 전 복제양 돌리가 등장했을 때 충격받은 세인들의 관심은 인간복제의 임박한 가능성에 쏠렸다. 게놈지도가 완성단계에 접어든 지금 사람들은 늙고 병들어 죽는 두려움에서 벗어난 초인의 출현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세포 복제에 의한 동물탄생의 길이 열리자 탐구자들의 목표는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불치.난치의 유전적 질병들을 치료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정부와 국회안에서도 인간배아 복제의 허용한계를 정하는 입법작업에 한창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제대상으로 떠오른 배아란 수정후 착상되기까지 약 14일에 이르기까지 인간생명체를 말한다. 수정후 2배수로 세포분열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아직 인간개체로 인정하기 어려운 단계의 생명체이기도 하다.

과학자들 중 상당수는 이 단계의 배아가 단순한 세포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공리적인 목적을 위해 이 단계의 배아를 실험대상으로 삼아야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반면 일부의 과학자들과 다수의 생명윤리학자들과 윤리신학자들 그리고 대부분 기독교 신앙인들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생명은 시작되며 생명의 질에 그후로 무엇인가 덧붙여질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생명은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윤리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중에도 배아를 어느 범위까지 법적 보호아래 두어야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견해차이가 많다.

전통적으로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되어 생명의 호흡과 심장의 박동이 끝날 때 종료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생명의 일회성과 비교환성.대체불가능성 때문에 생명은 신성하여 절대적인 보호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는 수정란과 배아에게도 인정되고, 그렇기때문에 수정란과 배아도 생명존중에 대한 권리를 가질 주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험관을 통한 인공수정과 이 수정란 착상을 통한 잉태가 가능해지면서 불임부부의 고통을 해결해 주고자 했던 애당초의 시험관아기 프로그램은 놀랍게도 불임부부의 복음에서 인간생명의 상품화와 그 가치훼손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인간생명은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제 과학적 인간은 생명의 유일무이한 주관자인 창조주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는 만능의 손으로 오해되기에 이르렀다.

만약 인간의 불행인 불치병 치료의 길을 트기 위해 배아복제의 문을 연다면 그것이 단지 인간의 삶에 행복이 되어 돌아올지, 아니면 재앙이 되어 돌아올지 아직은 아무도 속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적어도 이 불확실한 전망이 지속되는 한 생명을 실험대상이나 다른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생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한번 빗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인류사회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명의료 및 유전공학 과학자들이나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상업자본가들은 연구의 자유나 이윤의 창출보다 먼저 현재 우리들의 삶과 미래세대의 삶의 안녕을 위한 책임의 무게를 더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인간생명과 환경을 파괴하거나 위태롭게 할 행위결과를 스스로 조심하고 모험하지 않는 신중함이 바로 이 책임의 무게 속에 들어 있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항상 현재의 삶과 생명의 질서편에 서서 행동할 일이지 무모히 생명질서의 파괴를 시도해서는 안될 일이다. 생명은 창조주와 인류공동사회 그리고 개인과의 인격적인 연대성 속에서 항시 경외해야 할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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