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사건 재판 방식이 이달부터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장면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광복이후 50여년만에 획기적으로 개선한 새 민사사건 관리모델을 적용하게 되면 소송 당사자의 위치가 법관과 거의 대등하게 되고 증거조사 절차에 집중심리제가 도입돼 보다 신속 정밀한 재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쭑새 민사재판 방식=기존의 재판절차는 소장이 접수되고 30일 이내에 답변서가 제출되면 기타 서면증거 제출과 법정 진술이 이뤄진 뒤 기일이 잡혀 판결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새 모델이 도입되면 모든 사건이 획일적.일률적으로 진행되던 방식에서 탈피, 사건의 성질에 따라 차별화된다.
답변서 제출 단계에서 당사자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의제 자백으로 간주, 공시 송달 절차와 더불어 곧바로 재판을 열어 판결을 선고해 버린다.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면 그동안 획일적이던 재판진행에서 생기던 '병목현상'이 해소될 것이란관측이다.
현재 민사 1심 사건중 의제자백이나 공시송달로 신속 처리되는 사건의 비율은 합의사건 27%, 단독사건 81%에 이른다.
답변서 제출후 다툼이 생기면 판결기일 전에 서면공방 절차와 법정공방 절차 등2단계를 밟게 된다. 서면공방 절차는 정해진 기한 내에 반박준비 서면을 제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다. 서면공방은 2회 정도로 마무리토록 할 계획이다.
준비서면 교환을 통해 쟁점을 미리 추려 증인신문을 제외한 증거조사가 모두 끝나게 된다.
서면공방이 끝나면 법정공방에 들어간다. 사건의 쟁점을 최종 정리, 확인하고 쟁점 정리 기일을 잡아 당사자 본인에게 직접진술 기회를 부여한다. 그동안 길어야 30초 정도의 진술이 허용돼왔으나 앞으로는 당사자들이 법관앞에서 자기변론을 충분히 펼 수 있다.
쟁점정리 기일을 끝내면 집중증거조사 기일을 잡아 관련 증인 모두를 한번에 출석시킨 가운데 심리를 마무리한다. 증인 상호간 또는 증인과 당사자간 대질 신문도 폭넓게 활용된다.
판사는 가급적 절차진행의 한단계에서 조정에 회부,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도록 적극 유도한다는 것이 법원의 복안이다.
쭑기대효과=대법원은 기존 민사합의사건의 경우 평균기일 13회, 17개월이 소요됐으나 앞으로 기일이 2회 이내로 잡혀 그만큼 당사자의 법정출석 횟수가 줄고 재판이 신속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주장과 증거가 사전에 모두 교환되고 법정에서는 정작 필요한 내용에 대한 확인과 당사자 진술, 증인신문 위주로 진행돼 불필요한 법정출석이 대폭 줄게 된다. 법정기일이 줄면서 사건도 감소, 개별 사건에 충분한 시간 간격이 생겨 공연히 법정에 헛걸음하거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낭비 요인이 없어진다는 것.
법관 앞에서의 진술 기회가 최대한 보장돼 변호사를 선임했더라도 기일에는 가급적 본인도 함께 출석하게 된다.
변호사 선임 사건을 우선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새로운 재판 방식에서는 당사자의 주장과 호소를 충분히 반영하는 절차가 의무화돼 차별이 없어지고 충실한 재판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툼이 없는 사건의 경우 종전에는 일단 기일이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앞으로는 소장이 접수되는대로 피고측에 송달되고 답변서가 없으면 곧바로 기일을잡아 사건이 종결된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증인심리 무용론'과 재판부에 대한 불신감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되리란 분석이다.
재판의 신속한 진행으로 항소가 줄어들고 판사업무에 여력이 생기면 고법판사들을 대거 지법.지원 등 일선으로 보낼 수 있게될 것으로 보인다.
쭑문제점=새로운 증거가 갑작스럽게 제시되면 기일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속한 재판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이 서면 제출과 증인 출석 등 과정에서 재판부에 적극 협조해야만 새로운 재판 방식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법원도 감정서류나 사실조회 등 회신이 필요한 절차 등에서 국가 및 공공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달부터 새로 접수되는 사건은 물론 기존 사건도 새로운 방식의 적용이 이뤄지게돼 상당 기간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원칙적으로 기일이 잡히지 않은 모든 사건에 적용토록 돼있어 최소한 3, 4개월 정도는 적응기간을 거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법원은 이에 따라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하는 당사자나 증인에 대해서는 구인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방법으로 강력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증거 조사과정에서 필요한 감정서류나 사실 조회 등도 최대한 신속히 처리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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