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부문 개혁을 일단락짓고 앞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지역 경제계는 대체적으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안 제시가 없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구정모 대구백화점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올들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시점에서 올 하반기부터 경제회복의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창득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대구.경북지회장은 "제2의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이번 대화는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상당수 금융.경제단체 및 기업인들은 2년전 국민과의 대화 이후 큰 변화가 없었듯이 이번에도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이 없는 상태에서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로 흔들린 금융시스템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금융 구조조정이 더 빨리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및 신용대출에 금융권이 인색하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가 은행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최근 들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미래상환능력에 따른 자산건전성분류 등 각종 신지표가 도입되거나 엄격히 적용됐다"면서 "이는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했으며 그 결과 금융기관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영업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정부 개혁 미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공부문 개혁은 노동부문과 맞물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소액주주 보호장치와 집단소송제 도입은 경영의욕을 저하시키는 만큼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섬유단체 관계자는 "경제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가슴이 더 막히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중견 섬유업체 대표는 "대통령은 4대부문 개혁이 지난달 마무리됐다고 밝혔지만 어느 것 하나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감을 받는다"며 "특히 공공부문과 노동부문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이형우기자 yudam@imaeil.com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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