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실망스런 국민과의 대화

김대중 대통령이 1일 저녁에 TV를 통해 가진 국민과의 대화는 대화라기보다는 대 국민 홍보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인 것 같다. 대체로 쉬운 질문만 하고 답은 상황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거나 희망적인 전망만 제시하여 낙관적 분위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인용한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교수의 말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부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희망만 제시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도 잘 된 것이라고 우기거나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무조건 희망적이거나 낙관만 한다면 '희망의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이 많은 경제문제의 경우 지난 2월말까지 4대 개혁을 마무리한다고 했다가 못했으면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그러나 4대 개혁은 마무리 된 것이 아니라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물론 노동분야는 미흡하다고 했지만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대통령의 결론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국민의 인식과는 너무 다르다는 데 있다. 그리고 관치금융이 사라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래서는 희망적 전망자체마저 불신받게 된다. 이러한 설득력이 약한 주장보다는 개혁의 부진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의약분업의 경우 준비부족을 사과했으나 그동안 줄기차게 정부가 주장해온 '1년 유예기간동안 충분한 준비가 있었다'는 거짓말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부담이 늘고 불편이 가중된 현재의 의약분업에 대해 느끼고 있는 국민의 심정은 의약분업의 당위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기에 더욱 아쉽다.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6·25에 대해서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사과를 해야 하느냐 아니냐는 여권 교수의 무책임 발언이 없었다해도 국민적 관심사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질문도 답변도 없었다. 당장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99년 국민과의 대화 때 나온 어느 여대생의 '무인도'질문을 연상시키는 일이었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은 물론 네티즌까지 "지켜진 약속이 뭐 있느냐"는 비판적이었다. 채널선택권을 박탈했다는 항의전화의 홍수 역시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자랑보다는 자성의 소리를 더 듣고 싶어하는 국민의 바람을 외면한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국민과의 대화도 내용에서 개혁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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