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분양금 등 유동성 확보 실패

고려산업개발이 최종 부도를 낸 것은 부동산 경기악화라는 외부 요인 외에 무리한 사업확장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국내 업계의 시각이다.

토목, 건축이 주력인 고려산업개발은 98년8월 건설업과는 연관성이 적은 현대알루미늄공업(주) 및 (주)신대한을, 같은해 12월에는 현대리바트(주)를 인수했다.

고려산업개발은 3개 회사 인수 이유로 건설자재 내부조달을 내세웠으나 당시 현대알루미늄과 현대리바트는 엄청난 적자로 현대그룹 차원에서 정리대상으로 분류됐는데 이 짐을 고려산업개발이 지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고려산업개발은 4천억원 가량의 부채를 떠안았으며 사업분야도 건설사업, 레미콘사업에서 알루미늄사업, 전선사업, 유화사업 등으로 원칙없이 확대됐다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99년부터 본격화된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와 작년초 사회문제화된 용인지역 난개발이 고려산업개발의 발목을 잡았다.

고려산업개발의 용인지역 아파트 물량은 성북리 1천632가구, 상현리 1천687가구, 신봉리 1천626가구 등으로 이 물량의 상당수가 묶였으며 이때부터 분양금 회수가 제대로 안돼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게 고려산업개발의 설명이다.

또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서 고려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3월 현대그룹이 자동차, 건설, 중공업을 중심으로 정몽구(MK), 몽헌(MH), 몽준(MJ)계열로 세조각나는 과정에서 건설회사인 고려산업개발은 MH 계열로 편입돼야 했으나 자금부족을 이유로 MH측이 거부하면서 MJ 계열인 현대중공업에 맡겨졌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6월 고려산업개발 지분을 3% 이하로 줄여야할 처지에 있던 현대자동차로부터 19.74%를 매입, 29.57%의 최대 주주로 등장한 것.

그러나 "고려산업개발 주식은 현대그룹 계열분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며 향후 매각하는 것을 전제한다"고 규정한 현대중공업 이사회 결의안에도 나타나 있듯 현대중공업은 고려산업개발을 계열사로 두려는 의욕이 없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98년 한때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A 등급을 받기도 했던 고려산업개발의 회사채 등급은 작년에 현대건설과 함께 BBB등급으로 하락했으며, 올해에는 BB+등급으로 한단계 더 떨어졌다.

이 와중에 은행들은 지난해 고려산업개발로부터 1천500억원의 채권을 회수했으며 이로 인해 고려산업개발은 작년 10월부터 매달 유동성위기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산업개발의 총 여신은 이달 현재 외환, 신한, 평화, 국민, 한미은행 등 은행여신 2천300억원과 현대캐피탈 900억원을 포함해 6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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