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카데미상 덕 좀 볼까"

3월은 '아카데미의 달'이다.오는 25일 시상식을 앞두고 '아카데미 특수'를 노린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개봉돼 비디오까지 출시된 중국영화 '와호장룡'은 '불손한 의도가 깔린 이벤트'라는 비난 속에서도 3일 재개봉했다.

10일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이 개봉된다. 마약을 다룬 문제작 '트래픽'은 유난히 상복이 많은 영화다.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베네치오 델 토로가 남자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전미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골든글로브에서 두루 상을 탔다.

아카데미가 기피하는 주제인 '마약'을 다루고 있음에도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마약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세 가지 사건을 한 곳으로 끌어 모은 치밀한 구성과 묵직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 마이클 더글러스가 국가 마약정책의 책임자임에도 마약복용자인 딸로 인해 갈등을 겪는 아버지로 나와 내면 연기를 펼치며,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아내 캐서린 제타 존스와의 연기도 조화를 이룬다.

사드 후작의 말년을 그린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퀼스'도 17일 개봉된다.

'악의 전도사' '간과된 천재'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사디즘으로 유명한 프랑스 귀족 마르끼 드 사드. '퀼스'는 1807년 파리의 정신병원 수용소에 갇힌 사드와 매혹적인 하녀 마들렌느(케이트 윈슬렛), 젊은 신부 꾸르미에(와킨 피닉스)의 관계를 통해 수수께끼 같은 사드의 삶을 파헤친 작품이다. 사드 후작으로 나오는 제프리 러시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현재 개봉중인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초콜렛'은 작품상을 비롯해 각색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며,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는 세번째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

'아카데미 특수'라는 계산된 의도가 대부분이지만 17일 개봉되는 이탈리아 영화 '말레나'와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이때가 아니고는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수작영화다.

올 아카데미 2개 부문에 오른 '말레나'는 포화속에 피어난 첫사랑을 가슴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2차 대전이 한창인 지중해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남편이 전사한후 마을사람들의 비난과 질시에도 독일군에게 웃음을 파는 말레나와 그를 연모하는 13세 소년의 사랑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작품이다. '시네마 천국'을 만든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하얀 풍선' 같은 잔잔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운동화가 없어 돌려가며 신던 남매가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해 드디어 운동화를 갖게 된다는 줄거리.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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