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색다른 맛' 일 호러영화 2편 선보여

작가 스즈키 코지의 '링'에서도 그렇듯 일본 호러영화는 할리우드의 슬래셔 무비(피범벅 영화들)와 달리 고전적인 공포심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내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영화 개방 이후 많은 일본 호러영화들이 한국을 찾고, 또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주에도 두 편의 일본 호러영화가 개봉된다. '링'을 만든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여우령'과 화장실을 떠도는 귀신 이야기 '하나코'.

'여우령'은 '링'처럼 TV라는 매체와 일본식 괴담을 섞었다. '촬영장에 죽은 여배우가 나타났다'가 광고 카피다. 촬영된 필름에 이상한 영상이 떠오른다. 필름은 20년 전 같은 촬영장에서 작업한 것으로 여자 주인공 뒤편에 희미한 무언가가 있다. 촬영장에선 갑자기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조연 여배우가 의문의 추락사를 당한다.

'하나코'(스쓰미 유키히코 감독)는 우리영화 '여고괴담'과 같은 학원괴담이다. 교육제도니 왕따 같은 사회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공포 자체에 주력하는 것이 다르다중학교 입학식날 사토미(마에다 아이)는 친구 카나에(하마오카 마야)와 교정을 걷다 오래된 성당을 발견한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간 사토미는 뭔가에 놀라 기절한다. 소문이 퍼지자 신기(神氣)가 있는 소녀 마미야(오무라 아야코)가 찾아온다.

두 편은 잘려나간 팔 다리나 잔혹한 살인 등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 흔한 흉기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섬뜩한 것은 내면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 희미한 투사체('여우령'), 기모노를 입은 무표정한 인형('하나코'). 이미 두려운 이에겐 그 어떤 것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할리우드 공포영화, 또는 그들을 그대로 베껴 내놓은 한국 공포영화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볼 만한 공포영화들이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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