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을 갖춘 중견 연기자 김창숙과 김지수는 끈질긴 인연의 끈을 갖고 있다. 좀전 MBC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 모녀로 출연, 티격태격하는 연기의 조화를 보이며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가 되더니 요즘에는 KBS 2TV 주말 연속극 '태양은 가득히'와 MBC의 일일 연속극 '온달왕자들'에서도 동시에 모녀로 나오고 있다. 마치 최불암과 김혜자가 부부로 출연하며 구축한 아성을 쫓아가려는 것일까? 제작진들은 두 연기자의 모녀 조합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것 같다.
김창숙과 김지수의 콤비 관계와는 별도로 그들이 동시에 출연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김창숙은 집나간 딸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가난한 집의 어머니이며 김지수는 애인에게 버림받은 뒤 복수를 꿈꾸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들은 '온달왕자들'에서는 의사 남편을 둔 유복한 가정의 어머니와 명랑한 성격의 딸로 등장한다. 그들이 대조적 성격의 배역을 동시에 소화할 만큼 연기력을 갖추고는 있다고 하나 두 드라마를 함께 보는 시청자들은 거북살스럽다. 주중에는 밝게 나오다가 주말에는 우울하게 나오니 상호 연상작용을 일으키며 사실감을 감소시킨다. 더구나 김지수는 같은 머리 모양에 자동차, 장식물 등 소품까지 같아 연기자로서의 성의를 의심케 한다.
요즘 부쩍 주목받고 있는 박선영도 마찬가지. MBC 주말극 '엄마야 누나야'에서 억척스런 행자 역으로 나온 뒤 주연 제의를 마다하기 힘들었는지 KBS 2TV '귀여운 여인'에서 깜찍하면서도 당돌한 '한수리' 역으로 출연 중이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머리 모양 등을 달리 하다 요즘은 긴 생머리로 두 드라마에 함께 나오고 있다. 이들 외에 배종옥, 배두나, 이창훈, 김효진, 박주미, 감우성 등 많은 연기자들이 방송사들을 오가며 겹치기 출연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겹치기 출연' 현상이 심해질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새로운 연기자들을 발굴하려는 제작진의 노력 부족과 실패를 두려워해 안정적 선택에 그치는 자세가 이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연기자들도 중복 출연이 자신의 연기 에너지를 소진하므로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겹치기 캐스팅과 출연'을 사라지게 하는 제작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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