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5월 시작된 '세티엣홈(SETI@home)' 프로젝트는 분산컴퓨팅을 활용해 외계인을 찾는다는, 언뜻 듣기에 황당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외계인이 보내오는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감시(?)해야 할 별은 무수히 많은데 이를 관측할 인력이나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분산컴퓨팅을 떠올린 것이다.
비영리기구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연구소 등이 후원해 현재 300만명 이상의 자원자가 모여 각각의 PC를 병렬로 연결함으로써 거대한 슈퍼컴퓨터가 탄생하게 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는 세티엣홈 소프트웨어가 화면보호기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평소 작업에 아무런 지장없이 우주공간 어디엔가 있을 외계인 찾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화면보호기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컴퓨터 사용자는 300만명에 이르지만 규칙적으로 외계 지능체 탐색(SETI)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사용자는 50여만명. 물론 아직까지 ET가 보내는 외계의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티엣홈이 이뤄낸 업적은 놀랄만하다. 만약 컴퓨터 1대로 처리했다면 40만년 이상 걸릴 데이터를 처리해낸 것이다.
SETI의 최종 목표인 외계 생명체의 발견이 성공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세티엣홈 프로젝트가 분산컴퓨팅의 잠재력에 대한 기존의 사고를 바꾸어 놓은 것은 틀림없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용 컴퓨터의 연결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항공공학, 지구물리학, 생명공학, 제조업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의 해결사로 등장할 것이다.
이밖에 컴퓨터 처리시간이 너무 길어 그동안 제쳐두었던 어려운 문제들도 풀 수 있을 전망이다. 10만년간 컴퓨터가 계산을 해야 할 문제도 세티엣홈은 1년만에 풀어낼 수 있다. 원유나 석탄을 캐기 위해 땅을 파기 전 지질학적 분석을 해야 하는 에너지 관련 회사, 컴퓨터 모델을 실제 제품으로 바꾸기 전에 유체역학적 조사를 해야 하는 제조업체, 교량 건설부터 항공기 건조까지 스트레스 시험을 해야 하는 공학업체까지 응용 범위는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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