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묻지마 관광 다시 기승

봄철 관광성수기를 맞아 속칭 '묻지마 관광(무등록 여행 알선)'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보따리 아줌마'로 불리는 호객꾼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예약제 또는 즉석 모집을 통해 남녀 짝을 맞춘 뒤 주로 당일치기 장거리 여행을 오가며 전세버스안 분위기를 퇴폐 향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실태=현재 대구에서 활동하는 전문 호객꾼들은 최소한 100여명. 이들은 예약제를 통해 미리 남자 손님을 모집하기도 하지만 대구역, 동대구역, 예식장, 두류공원 등지의 주차장에 관광버스를 대기시켜놓고 즉석 모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보통 3~5월의 성수기에는 한 달에 20일 이상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관광안내, 전국 명승지 소개' '××관광 영업부장' 이라는 식의 명함을 돌려,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즉석모집에서는 'XX온천에 간다. 오늘 물(?) 좋다'며 손님들을 끌고 있다. 미리 여자 손님을 확보해 놓고 남자들을 연령대 별로 짝을 맞춰 주고 있는 게 보통의 수법. 손님 역시 '짝을 맞춰 줄 수 있느냐. 목적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전화를 하거나 주말이면 관광버스 주위를 기웃거리는 단골들도 적잖다는 것.

호객꾼들은 친목계를 만들어 서로 손님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이중 대구에서 가장 큰 계모임은 25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과 연계된 관광버스 기사들만도 대구시내 900여대 관광버스 가운데 20~30% 정도라는 것.

▲부작용=묻지마 관광의 이용객들은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업자들은 여자 전문 파트너를 고용, 퇴폐향락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남녀손님이 은밀한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잖다고.

손님들은 호객꾼들에 의해 다른 버스와 맞교환식으로 짝을 맞추거나 남자를 먼저 태운 뒤 다른 곳에서 여자손님과 접선하기, 호객꾼에 의해 타지역 손님과 교환 등으로 짝을 맞추고 있다. 호객꾼들은 대개 장거리를 운행하면서 남녀 파트너들이 버스에 오르자마자 술을 마시게 해 버스내 열기를 띄운 뒤 '기사 팁'이라며 노래를 시켜놓고 1~2만원을 받아내고 있다.

따라서 호객꾼들은 1인당 2만~2만5천원의 회비를 받아 60만원 정도의 버스비와 음식비 등을 빼더라도 팁을 합하면 보통 40만~5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

▲단속=묻지마 관광이 갈수록 극성이지만 단속의 손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묻지마 관광은 무등록 영업인 데다 호객행위와 노골적 퇴폐행위까지 일삼으면 분명 단속 대상. 하지만 이들이 점조직 형태로 영업을 하는데다 현장을 포착해도 본인들이 부인하면 경찰은 관광버스의 주차를 막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구 관광협회 김종수 회장은 "묻지마 관광을 근절하기 위해 전세버스 노조와 함께 지난 2월 말 대구시에 '무등록 여행알선행위에 제재강화'를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 관광버스 업체 관계자는 "지입차량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한 대구 관광업체가 호객꾼들로 인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묻지마 관광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호객꾼과 연계된 동료 버스기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발을 미루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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