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본정부는 또다시 과거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허용하려 한다. 3·1절을 맞이하여 이에 대한 규탄이 국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이때 우리는 왜 일본이 보수화하고 있는가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일본에서는 민족주의가 점차 득세하고 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일본이 처해 있는 정치적·경제적 및 국제적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제2차대전시 일본이 한반도와 중국대륙을 침략했던 것과 이른바 정신대(종군위안부)를 조직했던 역사를 사실 그대로 기술하지 않고 있는 중학교 교과서를 곧 허가할 예정이다. 이것은 작년에 일본정부가 종전에 사용했던 국가와 국기를 부활한 것과 함께 일본이 분명히 보수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심지어 일본이 서구 제국들의 식민지로부터 아시아국가들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태평양전쟁을 치렀노라고 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토로하고 있다.
이와같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데는 보수화하고 있는 국내 정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집권당인 자민당의 보수파들은 극우단체들의 지지와 정치자금에 의존하여 자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제2차대전이 끝난뒤 반세기가 지난 오늘,일본이 아직도 과거역사를 깨끗하게 청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전후 독일이 행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독일은 나치스당이 범했던 만행과 파괴에 대하여 깊이 사죄했고 물질적으로도 보상했지만 일본은 이에 주저해 왔다. 일본에서는 극우세력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전몰가족단체들은 그들의 선조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보수각료들은 전범들이 묻혀있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를 공개적으로 참배하여 그들의 넋을 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경제가 1990년대에 최장기 불황을 겪은 것도 일본의 보수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전후의 최고성장을 창출하려 했던 일본기업들은 당시 미국경제의 침체를 조롱했다. 그뒤 일본이 '실종된 10년'을 체험하고 있었을때 미국의 금융 및 정보기술은 세계를 제패했다. 수백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도 현재 일본경제는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인하여 디플레이션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결과 일본인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 정치인들은 민족주의(일본에서는 '국가주의'라함) 감정에 호소해서 지지와 인내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10년전 미국이 성공적으로 지도했던 걸프전에서 일본은 경제력만으로 국제적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13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재정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것을 '수표외교'라고 조롱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일본은 '보통국가'를 지향하여 평화유지군을 캄보디아에 파견했고 군비를 점차 증대했으며 UN안보회의에서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노력해 왔다. 작년부터 야당인 민주당의 당수 하토야마도 일본이 이른바 '집단방위' 행동을 할 수 있게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여론도 이러한 우경화 동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요미우리신문은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규탄을 내정간섭이라 낙인찍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사설까지 썼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조에 반대하는 양심적 인사들도 있다. 그들은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죄해야만 진실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소리를 경청해서 일본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때문에 민족주의가 유일한 구심점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처할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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