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세력은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의 지배계층을 형성하며 세습화되고 있다. 친일파의 흔적이 가장 많이 투영된 곳의 하나가 만화를 포함한 예술 분야이다"
한재규 명지대 만화예술창작과 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만화원형사'(이다 미디어)에서 화가라는 직업 이상의 적극적 친일 행위를 한 사람의 명단을 열거하고 구체적인 친일 행적을 고발하고 있다.
언급된 인물은 김은호, 김기창, 김인승, 박영선, 손응성, 이봉상, 임응구, 정현웅, 이건영, 이승만, 김정환 등 20여명. 한 교수에 따르면 이들의 행적은 대표적 친일 잡지 "회심" "소국민" "신시대"의 삽화나 표지 그림, 그리고 만화 등에서엿볼 수 있다.
김은호는 친일 귀족의 도움을 받아 작가로서 입지를 확보했는데 42년 친일 미술의 총화격인 '반도총후미술전'의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국방 헌금조로 고급 장신구를 모아 총독에게 바치는 그림인 '금채봉납도'를 그리기도 했다.
"회심"44년 4월호에 '총후병사'(銃後兵士)를 그린 김기창도 주요 친일 작가.김기창은 또 43년 8월 6일자 매일신보에 '님의 부르심을 받고서'란 삽화를 게재했고 오늘날의 반상회 모습을 연상시키는 '모임' 등도 그렸다.
이상범은 전람회 수익금을 국방기금으로 헌납한 '조선남화연맹전'에 김은호, 김기창 등과 함께 참여했다. 그의 아들 건영도 함께 친일 대열에 나서 "소국민"에 비행을 앞둔 조종사들의 모습을 그린 '출격을 앞두고'를 실었다
정현웅은 "소국민" 45년 3월호에 색채도판 '공정대', 4월호 표지에 '하늘은 우리가 정복할 곳이다' 등 삽화 여러 컷을 그렸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월북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임건이, 안석주, 노수현, 홍우백, 김규택, 이승만 등은 친일 잡지로 명성을 날렸던 "신시대"에서 삽화와 표지화를 다수 그렸다.
한재규 교수는 친일 화가중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반역의 멍에를 진 사람도 있고 친일을 반성하며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한 인물도 있지만 그렇다고 민족의 역사에 기록된 잘못의 흔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중 상당수가 3·1 문화상과 예술원상, 문화훈장 등을 수상하며 그동안 남한의 미술계를 주도해 온 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저자는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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