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싱턴 러 대사관 밑에 땅굴

미국이 도청을 위해 워싱턴의 러시아 대사관 지하에 비밀 땅굴을 뚫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 신문은, 간첩 혐의로 체포된 전 FBI 요원 핸슨이 이를 러시아측에 알렸다고 전했다. 땅굴은 FBI와 NSA(국가안보국)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뚫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들은 논평을 거부했다.

워싱턴의 고지대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 단지는 1970년대에 착공됐지만 미국과의 도청 분쟁으로 1990년대 들어서야 입주가 완공됐다. 미 의회는 고지대에 위치한 대사관 단지 내 고층 아파트가 미 행정부 청사에 대한 도청 장소로 이용될 수 있다며, 건물들의 사용에 제동을 걸었었다. 이렇게 제동을 거는 한편에선 땅굴 도청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1985년 모스크바에 자국의 대사관을 지으면서 당시 소련측이 벽에 도청장치를 했다고 주장하며 신축을 중단하기도 했다. 결국 신축건물 완전 철거까지 고려하다 상부 2개층을 헐어낸 뒤 자국에서 인부들을 데려가 2개층을 다시 올렸다.

이같이 러시아의 도청 행위는 미국의 공개적 주장을 통해 널리 알려져 왔지만, 미국 역시 그쪽 대사관에 대해 공격적인 도청 행위를 했음은 숨겨져 왔다. 그러나 미국이 도청을 위해 비밀 땅굴을 뚫은 것은 이번의 러시아 대사관이 처음은 아니다. 1950년대에는 CIA가 동베를린 지하로 땅굴을 뚫어 옛 소련의 전화선을 감청하다 이중간첩에 의해 들통난 바 있다. 또 1980년대 초에는 CIA가 몇년간 모스크바의 전화들을 도청하다 이중간첩의 배신으로 탄로났고, FBI 역시 현재의 러시아 대사관 신축 당시 첩보요원들을 위장 취업시켜 활동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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