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가 冬眠 언제까지

"주식시장, 봄은 오지 않고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나"증시에 다시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증시 하락세, 외국인의 선물 대량매도 등의 악재 등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

지난 주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불안정한 미국시장의 영향으로 560선마저 붕괴됐다. 코스닥 시장 역시 미국 나스닥의 폭락세로 지수 71선까지 주저앉았다. 최근 우리 증시는 미국 나스닥선물 하락→외국인들의 증권거래소 선물매도→기관 프로그램매물 확대→지수하락이란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주식시장 안정의지, 증시로의 유동성 유입 기대감 등의 국내 호재 대신 외국에서 돌출된 악재들이 증시를 나락으로 몰고간 것.

▨ 거래소 시장

별다른 재료나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한 투기성 장세만 벌어지고 있다. 기존 박스권의 하단이 위협받게 되자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만 만연할 뿐 향후 장세에 대한 뚜렷한 전망은 나오지 않는 실정.

우리 증시의 약세지속 이면에는 미국 증시의 불안이라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자리잡고 있다. 세계증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미 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의 폭락세가 국내 증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것. 미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확산으로 지난 2년내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졌던 나스닥지수는 가까스로 반등하는가 싶었으나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실제로 경착륙할 경우 한국은 수출 등 실물경제의 직접적 피해와 더불어 나스닥폭락에 따른 금융적 영향까지 이중으로 받게 돼있는 취약한 구조속에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 증시가 어려워질 때마다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 미 증시동향에 더 주목하면서 동조성이 강화되는 추세가 반복돼 왔다는 점, 나스닥의 약세가 우리 증시의 축인 통신 및 반도체주의 약세의 원인이 된다는 점 역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증시를 폭락세로 내몰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물론 경제예측기관, 해외 주요 기관투자가들 모두 한국경제가 빨라야 2/4분기말부터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연간 성장치 전망도 대부분 5% 미만이다. 증시가 거시경제상의 선행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반등을 기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증시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연초 수준까지 되돌아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550∼570선 사이의 박스권 장세를 상향돌파하는 것 역시 당분간 쉽지 않으며 자칫하면 550선 이하까지도 각오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증시가 다시 600선을 넘어 상승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유동성과 경제전망에 대한 확신이 병행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견해다.

▨ 코스닥 시장

미국 나스닥시장이 2년내 최저치로 떨어졌고, 전세계적으로 통신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한편 지난달 코스닥 시장의 수급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이 폭락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최근 나스닥시장과 동조성이 다시 커진데는 연초 상승장을 이끈 기반이었던 가격메리트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영증권도 "지난달 코스닥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나스닥 시장과 달리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독자적인 차별화를 끌고 가기에는 내부적인 상승 모멘텀이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나스닥 폭락이 코스닥 급락을 초래한만큼 나스닥의 추이가 확인되는 시점까지는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지수 73선에서의 지지 여부가 관심이며 시장체력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 선호주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객예탁금과 거래량의 감소를 감안한다면 섣부른 저가매수보다는 나스닥시장의 단기적인 추세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미국이 전격적인 금리인하조치를 취할 경우 경기침체를 지연시킬 수 있는데다, 세계적인 초저금리 시대 도래로 인해 지수 하락국면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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