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학기 대학가 알뜰바람헌교재 판매.룸메이트 모집

새학기를 맞은 대학가에 예년에 없던 알뜰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생 사이에 종전같으면 그냥 대물림하던 헌 교재를 사고 파는 게 성행하고 있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룸메이트· 카풀을 공개 모집하는 가하면, 무료인 도서관 사물함까지 사고 파는 등 경제난으로 인해 대학가 풍속도가 '검소'해졌다.

경북대 정모(25·전기전자공학 3년)씨는 개강을 앞두고 학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원서 교재 두권을 3만원에 샀다. 정씨는 "새책으로 사려면 한권에 3,4만원이나 하지만 헌책을 사면 훨씬 싸다. 예전에는 공짜로 교재를 구하곤 했지만 요즘은 경제난 때문인지 책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내 게시판에 헌교재를 내놓은 경북대 김모(22·경영학과)씨도 "책을 그냥 주는 경우는 옛말이다. 등록금이 대폭 올라 헌책이라도 팔아 새책을 사는데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승용차를 가진 학생들 가운데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카풀을 모집하거나 방세부담을 덜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계명대 이모(23·산업공학과)씨는 "한달에 20만원 정도의 기름값 대기가 빠듯해 월 5만원 부담 조건으로 카풀신청자를 받고 있으며 주위에서도 10명중에 1,2명은 카풀을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황모(21·여)씨는 10개월에 300만원하는 방값을 혼자 내기가 버거워 룸메이트를 구하기로 했다. 황씨는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면 낯선 사람과 한방을 쓰는 불편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추첨을 통해 배분하는 도서관의 사물함도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2천500개의 사물함이 있는 모 대학의 경우 150여개만 매학기 추첨을 통해 배분하는 바람에 신학기에 사물함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1만5천원~2만원에 사물함을 사고 팔기도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경북대 학생생활연구소측은 "신학기를 맞은 학생들이 무거워진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갖은 궁리를 하고 있다"며 "돈을 아끼려는 학생들간의 거래가 자칫 대학 분위기를 삭막하게 끌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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