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강도와 질병 저항

미 텍사스 주 댈러스에 있는 쿠퍼 에어로빅 연구원 켄 쿠퍼 박사는 1987년 LA 마라톤 참가자 2천300여명의 건강 상태를 조사, 대회 참가 1주일 후 7명 중 1명 꼴로 앓아 누웠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주일에 100km 이상을 뛰는 마라톤 선수들은 32km 미만을 뛰는 선수에 비해 병 들 확률이 2배나 높았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했다.

◇ 심한 운동을 하면 왜 감기에 잘 걸릴까?

백혈구는 세균이나 이물질, 화학적 독성 물질 등이 몸에 침입했을 때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는 것. 백혈구의 60%를 차지하는 호중구는 염증 유발 세균이 침입하면 즉시 자신의 숫자를 증가시켜 세균을 먹어 치워 버린다.

그러나 면역학자들은 격렬한 고강도 운동이 백혈구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중구의 세균 살해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뿐만 아니라, 과도한 운동은 몸의 2차 방어선인 특이면역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과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선수 집단에서는 림프구의 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있더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림프구가 싸이토카인이나 면역 글로불린 등 면역 물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 병에 걸리기 쉬운 것이다.

◇ 운동은 가벼운 질환도 악화시킨다

병에 걸려 있을 때 운동하면 어떻게 될까? 운동은 가벼운 질환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동물실험에서는 감염 후에 운동하는 것은 질병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 바이러스를 접종시킨 뒤 운동 시켰더니 그러지 않은 집단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았던 것.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론은, 감기 몸살이 있을 때나, 감염 초기에는 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감염 급성기에 질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신체적 활동을 제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알 수 있다.

◇적당한 운동은 면역력을 높인다

그렇다면 운동이 몸에 해롭기만 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면역기능은 훨씬 높아진다.

캐나다 토론토대 로이 세퍼드 박사팀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젊은 남자 33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주당 3회 또는 5회, 하루에 40분씩 에어로빅 댄스, 조깅, 자전거타기 등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주당 3회 운동한 집단에서는 면역 세포가 27% 증가했다. 하지만 5회 운동한 집단에서는 21%만 증가했다. 면역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는 주 5일 운동 집단에서는 33%나 감소한 반면, 주 3일 운동한 집단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1주일에 유산소 운동을 3회 정도하는 것이 그 이상 무리하게 하는 것 보다 면역기능 향상에 더 좋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이었다. 다른 많은 연구들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밝혀내 주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과한 운동은 면역반응을 떨어뜨려 병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운동은 면역계를 튼튼하게 해 우리 몸을 지켜 준다. 과격한 것 보다는 가벼운 종류의 운동 프로그램이 훨씬 더 건강에 좋다는 얘기이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김정철교수(경북대의대 면역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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