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의 영웅 아이젠하워 대통령. 유럽을 정복했던 줄리어스 시저. 서양의학의 시조 히포크라테스.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 이들에겐 대머리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아편, 장미 추출물, 덜 익은 올리브유, 아카시 즙 등을 혼합해 대머리 약을 만들었지만 그 자신 조차도 치료하지 못했다. 그의 후예들인 요즘의 의사들도 여전히 대머리는 정복 못하고 있다.
◇대머리가 되는 과정
털은 일정한 주기를 갖고 성장하고 빠진다. 그 주기를 모주기라 한다. 성장기는 털이 한창 자라는 시기로, 모낭의 활동과 털의 제조원인 모모(毛母)의 세포분열이 활발하다. 그런 다음, 모모가 털 생산을 중지하는 단계(이행기)를 거쳐 모낭이 완전히 활동을 중지하고 움츠러 드는 휴지기로 접어 든다. 머리카락은 대략 3년 동안 자란 후 빠지고 새로 자란다.
그러나 대머리인 사람은 머리털이 점차 가늘어지다 마침내 솜털처럼 된다. 성장 주기도 빨라져 어느 정도 자라다 빠져 버린다. 일부 모낭에서는 머리털이 전혀 자라지 않게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과로와는 무관
꽉 끼는 작은 모자, 이발, 혈액순환 장애, 비타민 결핍, 비듬, 모낭 폐색, 지성 피부, 지나친 사색, 스트레스 등이 대머리를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탈모가 우리나라 남성들이 군에 복무하는 시기인 20대에 보통 시작됨으로써, 많은 대머리들은 군대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빠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머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것은 보통 '원형 탈모증'이다. 이것은 대머리와는 전혀 다른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대머리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이다. 20대에 대머리가 시작되는 것도 이 시기에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1940년대 미국의 해밀톤 박사는 104명의 거세한 남자를 대상으로 대머리를 연구했다. 그 결과 드러난 것은, 비록 대머리 가계라 하더라도 사춘기 이전에 거세한 사람은 대머리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 사춘기 이전에 거세한 사람에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했더니, 대머리 가계가 아닌 사람에게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반면 대머리 가계의 사람에게선 대머리가 진행됐으며, 남성호르몬 주사를 중단하자 대머리 진행도 중지됐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보면, 대머리가 되는데는 유전적인 것과 남성호르몬이라는 두 개의 인자가 동시에 작용함이 드러난다. 먼저, 대머리가 되려면 일단 유전적 소인이 있어야 하고, 거기다 실현 여부는 남성호르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말을 바꿔하면, 가족 중에 대머리가 있다고 해서 모두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치료제 대부분 의약부외품
세계 어느 나라에 가든 탈모를 치료하는 약 한두 가지는 꼭 있다. 중국에는 '101발모제'가 있고, 일본에는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해 머리카락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양모제'가 수십종에 달한다. 그런 양모제나 발모제는 피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모근에 영양을 공급해 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 약제는 의약품이 아니고 화장품과 같은 의약 부외품으로,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약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오고 있는 수많은 발모제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아직도 "이것이면 된다"고 할만큼 만족스런 특효약은 없는 것이다.
탈모 치료가 많은 사람들의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는 어렵다. 세익스피어는 "세월은 머리털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준다"고 했다. 특효약이 개발될 그날까지 대머리들은 이 말로 위안 삼을 수밖에 없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나건연 원장(시지 피부과)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