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신나치주의자들이 출현하면서 통일 이후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던 독일은 원치 않는 과거의 역사를 다시 떠올려야만 했다. 유색 인종들에 대한 폭력과 광기로 사회가 불안해지고 같은 게르만계 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나치를 찬양하는 정치인이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현상이 발생, 세계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를 속죄하면서 '양심적 국가'로 재탄생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5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과거에 대한 찬양과 향수, 그리움이 독일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나치의 자식들'(노르베르트 레버르트. 슈테판 레버르트 지음, 이영희 옮김, 사람과 사람 펴냄, 254쪽, 9천원)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나치 정권의 고위지도자이자 1급 전범들의 자녀들의 삶과 사고를 추적함과 동시에 독일 역사의 청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히틀러의 측근이었던 루돌프 헤쓰의 아들, 총통 비서였던 마틴 보르만의 아들, 폴란드 총독으로 유태인 학살을 주도했던 한스 프랑크의 아들, 친위대 총책임자 하인리히 힘믈러의 딸, 히틀러의 제1후계자였던 헤르만 괴링의 딸, 히틀러소년단의 지도자 발두어 폰 쉬라흐의 아들의 삶이 소개된다.
독일의 언론인 노르베르트 레버르트가 전후 15년째인 1959년 청년기의 나치 자녀들을 만났으며 40년이 지나 그의 아들이 다시 노년의 나치 자녀들을 만나는 '대를 이은 역사 다큐멘터리'이다.
나치 전범자들의 자녀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의 삶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행했다. 루돌프 헤쓰의 아들과 하인리히 힘믈러의 딸은 아버지의 신념을 추종하고 아버지를 재조명하려는 노력까지 함으로써 역사의 과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한스 프랑크의 아들과 마틴 보르만의 아들은 아버지를 부정함으로써 대조적인 자세를 보인다. '적극적인 행위자와 수동적인 희생자 사이의 중간적 존재'라는 것이 나치의 자녀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한발 더 나아가 나치의 자녀들에 대한 삶을 추적하면서 독일의 역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후 독일의 지도자들이 사죄의 자세를 취했고 역사학자들이 나치의 역사를 샅샅이 파헤쳤지만 일반 국민들은 나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침묵하는 자세로 일관해 옴으로써 진정한 역사 극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