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눈먼 돈'

구경하기가 힘드냐는 푸념을 한다. 그래서 돈의 눈이 밝아선지, 아니면 멀어선지 가난하거나 힘없는 사람은 피하고 부자나 힘있는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서민들의 자조도 있다. 집세 낼 돈도 없어 농사용 비닐하우스에 칸막이를 해서 살고있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30여가구 주민들은 최근 이웃의 화재로 인한 일가족 참변에 또 한번 찌든 가난과 돈에 절망감을 가졌을 것이다.

▲가난이 빚은 화재참극에 서민들의 마음이 한껏 우울한 시기에 국회 의원회관내 김홍신 의원 사무실에서 임자 없는 국공채 다발과 통장 등 3억, 4억원추정의 재물이 나와 심사를 더 착잡하게 만들고 있다. 김 의원은 사무실에서 발견된 여권에서 전에 이 사무실을 사용했던 당시 여당중진의 것으로 확인하고 이를 돌려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소유주를 확인해 주지않아 의문과 억측이 스무고개하듯 꼬리를 문다.

▲김 의원이 돌려준 것을 보면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뻔하다. 그렇지만 정작 당시 이 사무실의 주인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어 그 재물은 별로 떳떳하지 못한 경로로 취득된 것같은 인상이다. 더욱이 그렇게 엄청난 재물을 잃고도 찾지도 않았고 발견된 채권의 종류가 뇌물로 쓰여온 것이기에 비리성 재물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 얼마나 많은 눈먼 돈이 흘러다녔기에 수억원을 서랍에 두고도 잊어버릴 지경이냐"는 개탄의 소리는 바로 우리 정치권의 부패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사정의 핵심이 부패비리이고 이것이 정쟁의 빌미가 돼왔다. 그러나 부패방지법은 정치권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어 눈먼 돈은 아직도 돌아다닐 공간이 넓다. 돈에 개안수술(開眼手術)을 할 수 있다면 비닐하우스촌 화재와 같은 참사는 없었을 턴데.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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