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10월 북·미 합의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대북 경수로 건설지연과 관련,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첨예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지난 3일 경수로 건설지연으로 인한 북한측의 전력손실 문제를 재삼 거론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미국이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외무성대변인은 지난달 21일에도 미국이 기본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존재 무용론'과 미사일발사 유예 조치의 '파기'를 위협했다.
제네바 기본합의문의 핵심 내용은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1천MW급 경수로 2기를 북한에 제공하며 완공될 때까지 미국은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은 1기는 2003년, 2기는 2004년에 완공한다는 것이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겨 빨라야 2007~2010년이 돼야 경수로 1기가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서는 미국내 일각에서 경수로 1기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수로 건설지연에 대한 북한측의 문제 제기는 98년부터 강화돼 왔다.
즉 북한 외교부(98년9월 외무성으로 개칭)대변인은 지난 98년 3월 북·미기본합의문 채택 3주년을 맞아 "우리의 해당부문에서는 언제 들어올지 알 수도 없는 경수로를 믿고 우리의 자립적인 핵동력공업을 계속 희생시킬 수 없으므로 미국측의 빈약속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말고 원래 계획한 대로 나가자고 요구해 나서는 형편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99년의 경우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2월과 10월 경수로 건설이 당초 예정된 시한대로 건설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12월에는 경수로 완공이 지연될 경우 "우리의 자립적 핵동력 공업을 희생시킨 것에 따른 손실은 물론 그것이 우리의 경제 전반에 끼친 손실도 계산되든가, 아니면 의미있는 중대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조창덕 내각 부총리 중앙통신 회견(2.3) △노동당 기관지노동신문 논평(5.26) △외무성대변인 중앙통신 회견(7.1) △노동신문 논평(11.26)등을 통해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면서 제네바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되풀이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3월 뉴욕회담과 5월의 로마회담 등에서도 경수로 제공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보상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경수로 건설지연과 관련한 북한의 문제제기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북한 경제가 현재 곤궁에 처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점이다. 미국이 경수로를 제 기한내에 건설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전력난이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으며, 전력의 부족으로 산업시설의 가동은 물론 철도, 농업 등 전반적인 경제분야에 지장을 초래해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같은 경제적 손실을 미국이 당연히 보상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지난해 2월 "핵동력기지 건설 동결조치로 조선이 입은 손실액은 직접생산부문에서만도 이미 수백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외무성대변인이 손실보상을 요구하면서 '의미있는 다른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의미있는 중대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꾸준히 미국에 대해 완전한 경제제재 해제와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이처럼 기회있을 때마다 경수로 건설문제를 갖고 대미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국측에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켜 보자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는 미 의회내에서 공화당이 대북정책에 있어 강경자세를 취해왔고,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에는 '엄격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수로 건설이 차질을 빚을 경우 북한 나름대로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경제난과 연결시켜 대북 경제지원 확대를 도모해 보자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력난과 경제난의 책임을 미국측에 전가하고 있고 손실액까지 거론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나아가 경수로 건설 완공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명분을 축적시켜 그 책임을 미국에 전가시키며 향후 있을 대미협상에서 더욱 많은 실리를 얻기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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