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개혁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과 임시국회 운영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인해 약사법과 인권위법 등 각종 개혁입법의 처리가 4월 임시국회로 미뤄질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약사법의 경우 주사제의 의약분업 포함 여부에 대한 여야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민주당과 자민련이 6일 제의한 여야 3당 정책협의회에 한나라당이 응하지 않는 등 여야 절충이 지연되고 있어 당초 예정했던 8일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와관련, 민주당은 가급적 표대결을 피한다는 방침아래 8일 처리가 어려우면 4월 임시국회로 넘긴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국가보안법, 인권위법, 반부패기본법, 모성보호관련법, 사립학교법,재정관련법 등 대부분의 개혁입법안이 여야간 이견, 또는 여야 각각의 내부이견 조율이 미흡해 여야의 '조기처리' 입장이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개혁법안의 처리가 자꾸 지연되자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마저 지난 5일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니 어떻게든 촉진해야 한다"고 당 간부들에게 재촉할 만큼 당내에서 입법지연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내에서는 특히 이같은 쟁점 개혁법안의 처리 지연이 안기부 예산사건과 관련, 임시국회를 계속 열어두려는 한나라당의 법안심사 '우보전술'에 따른 것이라는 대야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갑 최고위원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입법 처리 지연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이날도 "원래 개혁입법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 했던 것인데 지금 3월"이라며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열었는데 된 것이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특히 "계속 (일을) 벌이기만 하면 무엇하느냐"며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하지 않느냐"고 당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여야간 이견이나 2여간 이견으로 인한 법안 처리 지연 문제에 대해서도 한 위원은 "반부패기본법 등 한두개 법안은 자민련과 합의됐으니 그런 것이라도 (본회의에)상정, 처리를 시도해야 한다"며 "여야가 정책과 법안을 놓고 표대결하는 것이야 민주주의에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거듭 여권 내부의 '의지미약'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상수 총무는 평소 강조해온 대야 협상론에 따라 약사법도 일단 8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처리를 시도한 뒤 안되면 4월 임시국회로 넘긴다는 입장이어서 개혁입법 처리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당내 개혁.보수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은 다만 민국당이 오는 23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및 자민련과 연정 또는 정책연합 추진을 추인할 경우 원내 과반의석 확보를 통해 4월 임시국회에선 개혁입법의 처리가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약사법을 비롯한 재정관련법안 등 이른바 개혁법안이 정부와 여당 및 2여 간의 정책 혼선과 입장번복 등으로 지연, 오는 8일 본회의 처리가 불가능해졌다고 비난하며 의사일정 연장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정창화 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약사법과 재정법안, 인권법, 부패방지법 등 개혁법안이 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따라서 의사일정은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한나라당은 공동여당이 전체의 15%에 달하는 일반주사제의 의약분업적용 등을 골자로 수정안을 마련한 후 여야 조율을 위해 제안한 여야 3당 정책협의회 개최를 거부했다.
목요상 정책위의장은 "정책협의회 제안은 약사법 개정안을 놓고 당론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마치 우리당 때문에 약사법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난했다.
재정관련법안 9인 소위의 신영국 의원도 "3대 관련법안 중 기금관리법, 재정건전화법 등은 합의를 눈앞에 두고 민주당측이 갑자기 기금의 주식투자 전면허용 등 무리한 요구를 내세웠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기조는 개혁법안을 둘러싸고 일부 불거진 2여간의 틈새를 파고들어 갈등을 노정시킴으로써 10일 이후 예견되는 국회공전과 '방탄국회'의 부담을 공동여당에 넘기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또 이익단체 등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데다 당내 보혁갈등, 나아가 당을 뒤흔든 '탈당설'의 단초까지 제공한 개혁법안의 당론수렴을 놓고 '숨고르기'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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