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성의 날에도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지난 세기를 돌아보더라도 여성의 지위는 괄목할 만한 향상을 가져 왔다. 금세기는 '여성의 세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최근 핀란드에 이어 필리핀에도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지도자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도 여성 파워가 날로 드세지고 있다.

대학 입시나 졸업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비율이 남성을 훨씬 앞지르거나 각종 고시에 합격자가 크게 느는 것은 수많은 예 중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이 가정 폭력이나 사회적.경제적 차별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여자아이 낙태, 성폭력범죄율 세계 2위, 직장내 성희롱 만연, 가부장제 악습 유지, 여성 우선 해고, 여성의 비정규직 확대.... 우리나라 여성 인권의 현주소다.

노동량도 가사노동 부담에 따라 남성들의 113%에 이르는 반면 평균 임금은 3분의 2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려는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은 줄지 않거나 되레 늘고 있기도 하다. 국제사면위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여성의 20~50%가 가정에서 매를 맞거나 성적 폭행을 경험이 있고, 매일 수백만명이 가족과 고용주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

선진국에서마저도 가정이 공공연한 여성 테러의 장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 중 일본은 여성의 59%나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38%가 남편이나 가족으로부터 상습적으로 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도 15초마다 1명 꼴로 매를 맞고, 하루에 4명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을 정도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인도에서만도 혼전 순결을 의심받은 여성이 5천명이나 가족에게 살해 당했다. 우리 사회는 여성 인권에 관한 한 초보단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성부 신설 등은 그 의지의 일단이겠지만 이 정도의 제도로는 '물에 물 붓기'에 다름 아니다.

21세기의 덕목으로 여성성을 중시하는 시각도 감수성의 섬세함, 유연성 등 여성들이 지닌 강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 비하, 성 상품화를 지양하고 남녀가 각기 다른 성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남녀 평등의 어려운 과제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닐까.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