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빗집 아저씨 이동진씨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에 나지막한 목소리의 갈빗집 주인 이동진(46)씨. 어쩐지 낙익은 듯도 한 평범한 얼굴이다. 대구 내당동 삼익뉴타운 뒷골목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그의 식당 '참갈비'도 여느 갈빗집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의 갈빗집에 들른 손님들은 엉뚱하게도 책을 선물 받는다. 갈빗집 주인과 책. 좀체 어울릴 성싶잖지만, 그가 소설가 지망생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식당 안에는 화려한 '참소주' 달력 대신 그가 쓴 시가 붙어 있다. 소설은 차마 붙일 수 없었던 모양.

이씨의 책 선물이 공짜는 아니다. 손님이 3천원을 내면 그가 3천원을 보태 인터넷 할인 서점에서 2권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우편으로 보내준다. 책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권하는 셈.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보니 책도 다양하다. 목록을 꺼내 초교생이 읽을 만한 책에서부터 어른에 맞을 만한 것까지 소개를 늘어 놓는다. 자신이 손님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맛있는 음식과 책이라고 강조한다. 고기와 책이라면 자신있다고 큰소리도 쳤다. 고교생 시절 도서관의 책을 몽땅 다 읽었을 만큼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 그의 가게엔 유독 나이 든 손님이 많다. 동네 골목에 사는 홀몸 노인들이다. 일주일 내내 찾아 오는 사람 하나 없는 노인들에게 한끼 외식은 별미라기보다는 오래된 친구와의 해후에 가깝다.

"동네 분들 덕분에 장사해 먹고 사니 보답해야지요. 고기 값이야 얼마 합니까? 혼자 계신 어른들한테는 고기 맛보다 이야기 맛이 더 중요하지요좭. 독거 노인들을 모시는 이유였다. 옆동네 홀몸 노인들에게도 일주일에 한번씩 도시락을 싸 드리고 싶으나 여력이 없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일주일에 한번 도시락 배달을 해 줄 자원봉사자가 나서 준다면 좋겠다고 했다. 053)553-3392.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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