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받는 30대 소설가 신작 잇따라

한국 소설문학계에서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영하 함정임 이응준 류가미씨 등 30대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나란히 선보였다.

조선시대 설화와 현대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소설이 남겨두는 이야기와 리얼리티 문제를 모색한 김영하(33)씨의 장편 '아랑은 왜'(문학과 지성사), 원초적 감각인 혀를 매개로 현대인의 삭막한 삶과 사랑조차 소비의 대상이 되어버린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함정임(37)씨의 중편 '아주 사소한 중독'(작가정신)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쾌락과 자기파멸적 광기로 몰락해가는 한 남자의 삶을 그려낸 이응준(31)씨의 중편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작가정신)과 신화, 정신분석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환상세계에 대해 독특하고 신선한 상상력을 발휘한 류가미(33)씨의 첫 장편 '라디오'(문학과 지성사)가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김영하씨의 '아랑은 왜'는 16세기 경상도 밀양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아랑전설과 20세기 현대의 한 여자의 죽음 이야기를 번갈아 기술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설 속 화자는 아랑 전설을 소재로 작품을 쓰는 작가. 가상의 책 '정옥낭자전'에서 김억균이라는 인물을 발견하고 그를 내세워 아랑 전설의 진실을 파헤친다. 소설을 써나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화자는 이야기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틈들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면서 현대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공을 뛰어넘는 이 두 이야기를 통해 작가 김씨는 "결국 이야기란 작가나 매개자의 상상력과 교묘히 혼합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의 확장과 변이라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함정임씨의 '아주 사소한 중독'은 연하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36살의 케이크 디자이너 이야기. 이 이야기에서 작가의 의도는 불륜의 부도덕성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기를 바라지만 소통의 부재속에서 단절을 체험하게 되는 두 남녀의 공허한 관계, 그 관계가 만들어내는 왜곡된 사랑의 비극에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낸다.한편 이응준씨의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은 불법상속문제로 베트남으로 도피해 체류중인 재벌 2세와 그 주변인물들의 방탕한 삶을 그려내면서 쾌락의 덫이 잉태하는 비극과 광기, 부조리성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류가미씨의 '라디오'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성 '진'의 내적 이야기(드라마)로 무수한 신화적 이미지와 원형, 환상을 동원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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