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부금 등쌀에 재정압박

초고속 인터넷 통신용 백본망과 라우터를 개발하는 유망한 중소벤처회사에 다닌다. 얼마 전 시내 벤처 빌딩에 입주를 하려다가 포기하고 지금은 변두리에 자리를 마련했다. 벤처빌딩에서 성공기부금을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변두리에 자리를 잡았어도 매번 곳곳에서 '지역단체 후원회다''기부금이다''환경부담금이다'하면서 계속 손을 벌려왔다.

회사로서는 이미지와 직결되는 문제라 무시할 수 없어 조금씩 성의를 표시하고 있지만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다. 심지어 우리회사 사장은 연말과 사회적인 주요 행사가 낀 날에는 아예 장기출장을 가거나 해외로 나가버린다. 기부금 등쌀에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준조세 성격의 각종 기부금 납부 요구와 조달 관행은 예전 정경유착 시절에 생겨난 나쁜 관행인데 아직도 이런 게 남아 기업들을 괴롭히니 참 안타깝다. 그리고 과거 기업들은 기부금이나 주면서 적당히 사업하는 풍토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각종 사회단체에서도 이런 기업들의 사정을 이해해 기부금 요구를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정경협(대구시 가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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