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확실해. 어제 방송에서 봤다니까' 사람들은 사실에 대한 근거로 신문이나 방송의 권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정보의 홍수시대'에 언론매체가 정보를 걸러주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중이 TV를 시청하는 이유는 정보의 획득, 오락, 도피를 위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와 볼 만한 것이 있는 토크쇼는 TV프로그램에서 특히 환영받는다. 게다가 짧은 시간에 다량생산이 가능한 경제성으로 인해 올해도 토크쇼가 난립할 것 같다. 토크쇼는 사회자 한사람에 의해 프로그램의 승패가 결정된다. 그래서 사회자의 나이, 품격, 권위, 인격, 인간관계, 진행능력, 버릇은 매우 중요하다. '이홍렬 쇼''서세원 쇼''남희석의 색다른 밤''임성훈의 테마토크'처럼 사회자의 이름이 붙는 이유는 사회자가 바로 토크쇼 존립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 새벽 4시경 경남 창원에서 애완견 미용사이던 21세 여성이 25세 동거남성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유는 160센티의 키에 평범한 외모의 여성을 동거남이 수없이 '못 생겼다'고 무시한 때문이라고 한다. 돼지같이 생긴 사람한테 '당신은 돼지같이 생겼군요'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서 될 말이 있고 해서는 안될 말이 있는 것이다. 그건 '솔직'이나 '위선'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토크쇼가 인기를 누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극히 은밀한 스타의 숨은 이야기조차 본인이나 가까운 동료의 입으로 만천하에 공개되는데 있다.

KBS 2TV '서세원 쇼'는 특히 스타의 사적 영역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97년에 첫 방송된 이후 지금도 시청률이 높다. 연출자 박정미씨는 ''서세원 쇼'는 주제에 따라 대본 없이 출연자가 얘깃거리를 만들어 나간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키스신을 찍은 후 상대 배우의 껌이 자기의 입 속에 남아있더라는 탤런트 조은숙의 경험담이나 아버지 앞에서 담뱃불을 혓바닥에 비벼 끈 친구가 있었다는 코요테 김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공개되기도 한다.

지난 화요일에는 개그맨 엄용수의 이혼을 소재로 한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타 방송사에서는 코요테의 신지가 소주 8병을 마신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TV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사람을 움직이기 쉽기 때문에 스타의 사적 영역이 보편화되고 일상화될 수 있다.

그러나 솔직함을 빙자한 무례가 판을 치고, 나아가 '엽기'로 발전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감추어야 할 일도 있지 않은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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