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벤처캐피탈인 'KTB 네트워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벤처신화를 창조했던 메디슨이나 미래산업, 성미전자, 팬텍, 다우기술 등 KTB가 투자한 벤처기업은 이미 스타기업의 반열에 올라 있다.'벤처캐피털 없는 벤처기업은 있을 수 없다'
이영탁(李永鐸.54) KTB네트워크 회장은 "현재 우리의 벤처투자시장이 전체적으로 별로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는 벤처산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재경원 예산실장과 교육부차관, 총리행정조정실장 등 20여년간 고위공직을 거친 사람 답지 않은 그의 '벤처예찬론'이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신기술 중소기업의 기업가치 평가연구'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을 통해 그는 "벤처기업은 그 속성상 지금 아무 것도 없지만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본질적 가치방식으로 벤처기업을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본질가치 외에 기술과 모델, 인력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세가지 가치 중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영능력인 인력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CEO가 벤처기업의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고위 공직자에서 민간 벤처캐피털의 최고경영자로 변신한 이 회장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차이를 실감했다. "공기업보다 민간의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 민간은 의사결정과정이 비교적 단순해서 외부여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경직된 구조를 가진 공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98년 1천300억원 적자를 낸 KTB는 이 회장을 CEO로 영입한 99년 1천1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 해는 3천500억원의 이익을 냈다. 벤처투자업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릴만한 실적이다.
그래서 KTB는 오너경영인이 있지만 이 회장이 30년간의 공직경력을 민간기업에 접목시킨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KTB는 지난 해부터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 '단적비연수'와 '공동경비구역JSA'에 이어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 회장은 "21세기는 문화지식의 시대"라면서 "엔터테인먼트사업은 성장산업인 만큼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투자기준에 대해 "본질가치외에 사업모델과 경영자의 자질, 기술적인 측면을 종합 검토하지만 벤처는 갓난아기와 다름없으므로 불확실성도 적잖게 내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으로는 우리가 1등을 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벤처로는 가능하다"며 "벤처기업이 잘 되는 것이 우리 경제가 잘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이 회장은 지역경제활성화도 벤처산업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KTB네트워크는 지방벤처활성화에 대한 대구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달 말 30억원을 출자, 산업은행(30억), 대구테크노파크(10억)와 함께 '대구벤처펀드 2호'를 조성, 지역 벤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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