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망국의 대권정치

민초들의 신음 소리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엽기적인 사건과 패륜적인 범죄들도 늘어만 가고 있다. 차라리 감옥이 편하다고 일부러 죄를 짓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자살 사이트와 매매춘 사이트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절망한 사람들의 방화 사건이 줄을 잇는다. 마약에 빠지는 청소년과 주부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제폭탄으로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노리는 범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싫어서 조국을 등지고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속상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는 희망이기 이전에 험난한 도전이다. 세계사를 바꿔놓을 거대한 변혁의 물결도 우리에겐 기회이기 이전에 위기이다.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얘기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책도 세워야 하고, 인류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21세기의 새로운 국가패러다임을 짜는 일, 21세기에 이 나라를 이끌고 갈 새로운 세대를 길러내는 일,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는 일 등, 준비할 일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21세기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할 중차대한 시기인 것이다.

그 일의 중심에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가 있어야 한다. 그 일들은 원래 정치의 몫이기 때문이다. 민족과 이웃의 장래를 걱정하고 연구하며,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둘러보면 정치권은 여전히 딴 짓이다. 특히 이 나라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앙의 거물급 정치인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은 조국과 인류의 고민을 껴안기에는 너무 이기적이고, 이웃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이기에는 너무 귀족적이다. 찢긴 조국의 신음소리와 병든 지구의 탄식소리에 귀기울이기에는 너무 속물적이고, 직장잃은 민중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에는 너무 탐욕적이다. 정직이나 청렴 같은 공직자 윤리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나랏돈 삼키는데는 선수고, 툭하면 거짓말하기 일쑤다. 나라를 살리고 교육을 살릴 부패방지법과 인권위원회법, 사립학교법이 시급히 제정되거나 개정되어야 하지만, 그들은 늘 발목잡기로 거꾸로 간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살리는 일에는 관심도 없지만, 잿밥 근처에서는 재빠르기가 이를데 없다. 그들은 척박한 정치권에서 새롭게 싹트는 양심의 소리와 자기혁신의 몸짓마저도 가차없이 짓밟는다. 계속 군림하기 위해서다.

그런 정치권이, 특히 몇몇의 거물급 정치인들 발걸음이 요즘 매우 빨라졌다. 소위 대권 예비주자들이다. 그들의 말도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들어보면 온통 대권을 노리는 탐욕의 말들이다. 오로지 대권을 위해 태어났고, 대권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 같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인이 대권을 꿈꾸는 것이 죄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방식이 너무 치졸하다.

나라를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헐뜯어 쓰러뜨리려 한다. 상대를 죽여야 자기가 산다고 믿는다. 너무도 저차원적인 정치요, 저급한 대권 싸움이다. 국가 전략은 없고 대권 전략만 있는 것이다. 경영자는 없고 싸움꾼만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나라는 병들고 백성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고 있다. 망국의 대권 정치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망국의 대권 정치를 구국의 생활 정치로, 공멸의 싸움 정치를 상생의 비전 정치로 바꿔가야 할 것이다. 물론 고단한 삶에서 지혜를 낚는 현명한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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