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외국인 이젠 지역사회 구성원4만명 거주.당국과 시민배려 필요

"낯익은 고국 음식과 노래도 있고 한잔할 수 있는 전용클럽까지 생겨 더이상 외롭지 않아요" 인도네시아인 마노(Mano.29)씨는 일요일인 지난 4일 달서구 '좋은식당'(Warung Bali Indah)에서 '마시 고렝'이란 볶음밥을 먹고 시내에 나가 '카페 인도네시아'에서 차를 한잔 마신 뒤 저녁에는 수성구에 있는 한 외국인전용클럽으로 향했다.

클럽에 들어선 마노씨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 일주일간 알루미늄 공장일로 쌓인 피로를 풀며 고향의 노래와 술을 맘껏 즐겼다. 중국 당나라 당시의 한.중관계를 전공하는 중국인 배근흥(35)씨는 2년전 대구에 유학와 경북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올해 박사과정을 수료한다. 배씨는 고향의 아내를 데려와 대구에 장기간 체류할 것을 고려할만큼 한국생활에 매력을 갖고 있다.

대구에도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전용 식당, 카페, 가게가 등장하고 외국인들만의 '스포츠동아리' '계모임' '공동 물품시장'이 생겨나면서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사회'가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을 위한 문화센터, 노동상담소 등 각종 시설.기관까지 활동하고 있다.

지난 91년 1천113명(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등록수)이던 대구지역 외국인은 올해 2월 현재 1만3천959명으로 10년만에 10배가량 늘었다. 이는 외국인 등록절차를 거쳐 90일 이상 장기체류하는 경우에 한한 것이며, 불법체류자 2만여명과 함께 밀입국, 단기체류, 주한미군까지 포함하면 현재 대구 거주 외국인은 줄잡아 4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당국의 추산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국적도 10년전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으로 단조로왔으나 최근에는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이탈리아, 헝가리, 남아공 등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50여개를 넘나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도입된 지난 93년 11월 이후 외국인근로자들의 국내 유입이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크며, 국제화 물결을 타고 교수, 학원강사, 성직자, 유학생, 무역상, 연구원, 요리사, 연예인 등 '코리안드림'을 좇는 발길이 급증한 것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풍속도를 반영, 종전에는 캠프헨리,캠프워커 등 미군부대 주변에만 형성됐던 외국인전용클럽이 수성구, 중구, 달서구 등 3~4곳에 새로 생겨났다. 또 파키스탄(달서구 용산동), 인도네시아(달서구 두류3동) 등 외국 음식점과 외국인 전용상점도 3년전부터 10여개나 들어섰다.

대구에 외국인이 늘면서 각 국가별 '스포츠동아리' 활동도 활발해져, 지난달 인도네시아 근로자 50여명이 '축구동아리'를 결성했고 필리핀 근로자 100여명은 5년전부터 매주 한차례 '농구대회'를 열며 이국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및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각기 공동체를 결성해 종교활동, 산재.폭행 공동대응, 문화활동, 생필품 매매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이처럼 크게 늘어난 외국인들은 순조롭게 대구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범죄에 빠지거나 불법체류.임금체불 등으로 무너지는 사례도 적지않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폴란드 출신 마데이(Maday.68)씨는 "지난 95년 음대 교환교수로 대구에 온 것이 인연이 돼 99년부터 지휘자를 맡아 대구생활에 제대로 정착했다"면서 "하지만 이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빈털털이로 떠나는 외국인들도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경태(43)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장은 "대구가 이제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와 시민단체들의 권익옹호 활동도 물론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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