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권, 포르투갈어권 현대문학계의 대표적인 작가 페터 한트케와 파울루 코엘료의 신작 장편소설이 나란히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국내 출판사 '문학동네'를 통해 소개된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의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윤시향 옮김)와 브라질 태생 작가인 파울루 코엘료의 베스트셀러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이상해 옮김).
지난 97년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한트케의 '어두운 밤...'은 실어증에 걸린 중년의 약사를 주인공으로한 환상적인 모험소설이다. 따분한 일상에 젖어 있던 약사가 숲에서 머리에 타격을 입고 실어증에 걸린다. 어느날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두 남자와 상상의 도시 산타페를 찾으러 길을 떠난다. 여행중 갖가지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된 약사는 집나간 아들도 만나고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가족에 대한 죄의식, 깊은 고독의 미로로부터 서서히 놓여난다. 그로테스크한 편력이 끝날 무렵 그는 말을 되찾고, 자신의 진정한 얼굴과 대면한다는 줄거리다.
매 작품마다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켜온 한트케의 이번 소설은 다른 작품에 비해 전통적인 이야기 형식을 많이 수용하면서도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빚어내 여전히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방랑과 기행, 과거에 대한 풍자, 위트, 돈 키호테적인 발상과 발상과 낭만적 소재들을 한 텍스트 안에 섞어놓고 있으며 이를 독특한 서술형식에 담아냄으로써 전혀 새로운 차원의 소설을 보여준다.
최근 방한했던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1998년 출간 3주만에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500만부 이상 판매된 작품.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진 스물네 살의 여성 베로니카는 모험도, 열정도 없는 일상에 빠져 스스로 삶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네 병의 수면제를 삼킨 후에 눈을 뜬 곳은 죽음의 세계가 아닌 정신병원. 죽음 대신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일 주일 남짓한 생의 시간이다. 그녀는 병원에서 바깥 세상과 자신을 단절한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정신분열증 환자 에뒤아르와 사랑에 빠지면서 다시 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시한부 삶은 그녀를 벼랑으로 내몬다.
하지만 소설은 예기치 못한 반전을 숨겨두고 있다. 죽음으로의 마지막 비상구를 여는 베로니카. 그녀의 좌절된 꿈들을 사랑으로 연금하는 작가의 손길은 결국 그녀에게 삶에의 열정을 되돌려 받게 만든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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