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난 50여년 난 하루도 고향을 잊은 적 없으며 얼마나 부모형제를 그렸는지 모릅니다. 고향에 가면 병도 다 낳을 것 같고 만사도 순조로울 것 같은데…"지난달 6일 중국 훈춘에서 파란만장하던 삶을 마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조윤옥(76) 할머니. 고향땅을 밟아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던 할머니는 그러나 결국 한줌 재가 되어 돌아와 가로 25cm 세로 22cm, 좁고 차가운 금속함에 편안히 잠들었다.
조 할머니에 대한 장례식이 9일 오후 칠곡 대구시립납골당에서 조촐하지만 숙연한 분위기속에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장으로 치러졌다.
장례식은 할머니의 조카 조두천(43)씨와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중국에서 수습, 이날 오후 3시10분쯤 대구공항에 도착한 할머니의 유골을 3층 좌실 2250번 함에 안치한 뒤 조사(弔詞), 조시(弔詩) 낭독, 헌화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이용수(72) 할머니 등 대구 거주 정신대할머니들과 정동영 민주당 국회의원, 이재용 남구청장, 김형섭 전교조 대구지부장 등 이날 참석자들은 "고인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며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해선 안될 것"이라며 할머니의 명복을 빌었다정학 장례준비위원장은 "할머니의 삶은 한 인간의 삶이 아니라 억울한 우리민족의 역사였다"며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 왜곡 등 일본의 만행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할머니의 장례식이 민족의 자긍심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25년 대구 대명동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가정형편 때문에 8살때 함북 북청의 한 가정집에 입양된 뒤 15살때인 1940년 청진위안소에 끌려갔다. 이후 만주와 훈춘 등지로 떠돌며 혼자 외로운 삶은 이어오다 지난달 한 양로원에서 폐암으로 눈을 감았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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