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들 '이제 대구가 좋아요'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대구가 좋아요" 지난 97년 대구에 온 파키스탄 사람 나자카트 알리밀자(Nazakat Alimirza.32)씨는 길을 잃고 이곳저곳을 헤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달서구 감삼동에서 외국인 전용 가게를 운영하는 알리밀자씨는 임금을 못받거나 어려운 일에 처한 동료를 볼 때마다 외국인노동자상담소를 찾아가 도움을 받고 있다.

캐나다인 영어강사 토머스 버저(Thomas Berger.23)씨는 지난해 말 1년동안 머물 예정으로 대구에 자리를 잡았다. "대구사람은 보수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으면서 관대하고 친절하다는 게 캐나다인과 비슷합니다. 생활여건이 좋아 한해 더 있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동인호텔에서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에드나(Edna.29.여)씨와 벤조(Benzo.36)씨. 자신들의 연주에 박수를 보내는 대구사람들이 좋다는 이들은 "올 연말 고국으로 돌아가 친절하고 깨끗한 대구를 자랑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이웃의 따뜻한 격려와 도움속에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 이들이 진출해 있는 업종 또한 대학교수, 학원강사, 성직자, 유학생, 투자기업, 무역회사 지점, 대학부설 연구원, 회사고문, 기술자, 산업연수생, 요리사, 러시아무희, 필리핀 밴드까지 각양각색이다.

현재 대구의 산업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산업연수생만도 1만여명. 이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업종에서 기름칠과 땀범벅속에 한국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낯선 이국에서 힘든 일도 마다않고 고국의 가족 생계를 책임지며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한때 물의를 빚은 임금 착취와 폭행, 가혹행위는 사라지고 있고, 임금도 한국 노동자의 80-90% 수준까지 올라, 산업연수생은 60-70만, 불법취업자는 이보다 많은 80-10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산업연수생의 경우 2년 계약 만기 이후 앞다퉈 1년 연장을 원하고 있고, 불법취업도 크게 증가(현재 2만명 추산)하고 있다.

성서공단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라딤(ladim.29.파키스탄)씨는 "섬유, 염색, 도금 등 소위 3D 업종도 없어서 못할 형편"이라며 "고향에는 일자리도 없는데다 70만원을 벌려면 6개월 이상 꼬박 일해야 한다"며 한국생활에 만족해 했다.

대구에서 이루어지는 국제 결혼도 한달 평균 30여건. 이중 한국남성과 조선족, 필리핀 여성의 결혼이 가장 많지만 동남아 남성과 한국 여성, 외국 유학생과 한국 여성이 결혼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캐나다 유학생 안드레 보얀척(Andrej Boyanchuk.28. 경북대 대학원 사회학과)씨는 10일 대구 향교에서 계명대 영문과 출신의 양영경(27)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경북대 기숙사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4년전 대구를 처음 찾았을 때 동대구역 매표원이 친절하게 도와준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보얀척은 "결혼후 여유를 갖고 한국의 전통과 공동체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중국 길림성서 온 조선족 백정숙(27.여)씨와 결혼하고 결혼상담소를 하는 금호철(38.서구 비산동)씨는 "최근들어 조선족, 필리핀 여성 등을 원하는 한국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올해 대륙간컵 축구대회, 2002년 월드컵대회,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각종 국제행사가 열리고 나면 외국인 체류자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속에 산업연수생과 불법취업자에 꼬리처럼 따라붙는 임금체불과 노동착취 논란이 아직도 빚어지고 있지만 처우와 근무환경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태석(48) 가톨릭근로자회관 이사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상당히 괜찮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을 보는 시민들의 이해, 시민단체들의 권리보호 노력도 더 나은 편이다"고 했다.

김병구기자kbg@imaeil.com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최병고기자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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