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에서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전 FBI 간부인 로버트 한센의 적성국 러시아에 기밀정보를 빼내준 스파이 노릇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은 지 얼마되지 않아 미 해군 연구시설의 컴퓨터가 해킹을 당한 사실이 또다시 밝혀졌기 때문이다.
워싱턴에 위치한 해군 연구시설에 해커가 침입한 것은 지난해 12월24일. 현재까지 미해군 범죄수사대와 FBI, 독일경찰 등 유럽지역 각 국가들의 수사기관이 총동원돼 범인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범인은 미공군 기지 등 미군이 집중 주둔하고 있는 독일의 한 도시에 있는 대학의 컴퓨터를 이용, 스웨덴 ISP 회사의 계정을 경유해 미 해군 연구소 컴퓨터에 침입했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이다.
이 '얼굴없는 해커'가 훔쳐간 프로그램은 미사일 유도에 활용되는 'OS/COMET'. 공군은 이 기술을 인공위성과 우주선 등의 유도에까지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 수사기관은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려고 애쓰고 있다. 1980년 이 기술이 처음 도입될 때는 기밀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상업적 용도로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 됐다는 것. 또 해커의 타깃이 된 컴퓨터는 기밀을 다루는 장비가 아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체 소프트웨어의 3분의 2 정도만 도난당했다는 점도 이 사건의 심각성을 감추고 싶어하는 당국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 당국의 어떤 변명에도 불구, 주요 군사시설의 컴퓨터에 해커가 들어가 마음대로 자료를 빼내갔다는 사실은 국가안보에 치명적 결함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사건일 수밖에 없다.
미 의회는 최근 15개 정부부서와 기관을 대상으로 해커 침입 방지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우려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의 컴퓨터 보안상황은 어떨까. 혹시 해커가 휘집고 다닌 사실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보화시대에는 '정보를 잘 지키는 일'이야 말로 개인과 기업의 성공, 그리고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 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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