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의 힘, '너스 베티'의 꿈, '말레나'의 멋.3색 3편의 영화가 이번 주 맞섰다. 탄탄한 구성의 드라마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다 아카데미영화제의 '후광'까지 입고 있어 봄 극장가를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트래픽'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작. '리틀 킹''카프카'의 부진을 씻는 야심작이다. 마약을 주제로 세 장소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얘기를 갈색과 청색 등 필터를 섞어 쓰면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멕시코 티후아나의 경찰관 하비에르(베네칭 델 토로), 미국 샌디에고 마약조직 두목의 아내 헬레나(캐서린 제타 존스), 신시내티 마약국장 웨이크필드(마이클 더글러스) 등 세 사람을 중심으로 마약이 무엇이며 어떻게 사람들의 몸에 녹아들고, 사람들의 영혼을 흔드는지 힘있게 보여준다.
특히 베네치오 델 토로의 연기가 일품이며, 분리된 공간을 마약이란 매개로 얽어매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너스 베티'는 젊은 감독의 영화답게 발랄하고 경쾌하다. 괴팍한 남편에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베티(르네 젤위거). TV 드라마 '사랑의 이유'가 그녀의 유일한 몰두 대상이다. 어느 날 남편이 괴한들에게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너무 놀란 그녀는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드라마의 주인공 의사인 데이비드(그렉 키니어)가 자신의 옛 연인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그를 찾아 할리우드로 향한다.
환상속의 베티와 현실의 베티. 두 자아의 충돌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얘기다. 언뜻 상투적일 수 있지만 영화는 가족으로부터의 소외, 미디어가 초래한 과대망상, 일탈과 여행, 그리고 '진짜 자신'을 찾는 과정을 재기발랄하게 그려내고 있다.
감독은 '나스타샤 킨스키의 스와핑'을 만들었던 닐 라뷰트(38). 유쾌한 유머와 어두운 비애가 깊게 녹아있다. 모간 프리먼과 크리스 록이 베티를 쫓는 킬러로 출연한다.
'말레나'는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작품이다. 사춘기 소년의 성장을 한 여자의 운명과 겹쳐놓았다.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영화를 통해 세상과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것처럼.
1940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남편을 전장에 보낸 관능적인 미모의 말레나(모니카 벨루치)는 모든 마을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 13살 소년 레나토(주세페 술파로)도 그중 하나. 어느 날 말레나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성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모니카 벨루치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긴 머리와 원피스 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스크린 밖 남성 관객들의 시선도 한 몸에 이끌어낸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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