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외딴 곳에 흙과 나무로 지은 집이어서인지 내 작업실에는 유난히 거미가 많이 살고 있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일일이 없앨 수도 없고 해서 언제부터 인가 께름칙한 거미들과 동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도 기다리던 그림 한 점을 완성한 어느 날,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에서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차 한잔을 마시며 긴장된 목젖을 축이는 중이었다. 무심히 앞을 보던 내 두 눈이 무엇인가의 움직임에 멈추어 버렸다.
열심이었다.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분주히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내가 지켜보는 동안 거미는 쉬지않고 작업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미는 일하지 않고 공짜로 먹이를 취하는 아주 혐오스러운 벌레로만 생각한다. 야비하고 게으른 사람을 말할 때 곧잘 좬거미같은 인간좭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실제로 관찰해본 거미는 절대 공짜로 먹지 않는다. 집안의 거미들을 보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거미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으로 준비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온 몸으로 자기 체액을 내뿜으며 줄을 친다. 그것도 그냥 아무렇게나 짓지 않는다. 아름답게 꾸밀 줄 안다. 세상의 어느 예술가가 이처럼 완벽한 조형미를 드러낼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집을 다 지은 거미는 한 쪽 모퉁이에서 먹이가 걸려들때 까지 침묵으로 인내하며 조용히 기다린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도 거미의 미덕이다. 먹이가 걸려들면 그때서야 잽싸게 다가가서 칭칭 동여 맨 후에 조금씩 두고두고 먹는다. 먹을 만큼만 먹는다. 이러한 거미의 모습을 지켜본 이후부터 거미는 더이상 내게 징그러운 곤충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스승(?)으로 여겨졌다. 자신의 온 몸을 바쳐 아름다움을 일구고, 침묵으로 기다리고, 욕심없이 필요한 만큼만 취할 줄 아는 거미의 삶, 그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볼 만 하지 않는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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